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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의 완성을 향해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강론)
   2018/04/05  9:46

주님 부활 대축일

 

2018년 3월 10일 성요셉 재활원, 범어 대성당

 

찬미 예수님,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부활 대축일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고 죽으셨다가 사흘만에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부활 대축일을 거행하는 우리들에게 당신처럼 우리들도 우리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파스카 성야 혹은 부활 대축일 당일에 세례 전례를 거행하는 이유는 바로 그날, 곧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당일이 우리의 죄를 용서받는 세례를 거행하기에 아주 적절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예비 신자는 세례를 통하여, "어둠의 권세에서 해방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묻히고 함께 부활하여,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는 성령을 받아,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미사]에"(그리스도교 입문 총지침, 1항) 참여할 자격을 받게 됩니다. 파스카 성야의 세례수 축복 기도문에서는 이런 의미를 강조하여 "주님, 성자를 통하여 이 샘에 성령의 힘을 가득히 부어 주시어,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 묻힌 모든 이가,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게 하소서."(파스카 성야, 세례수 축복 기도)하고 기원합니다.

 

이어서 파스카 성야와 주일에는 성수예식을 거행하면서, 우리가 이미 받은 세례를 기억하면서, 우리가 죄에서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였다는 것을 거듭 기억합니다. 그래서 성당 입구에서도, 가정에서도, 성수를 찍으면서,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성수 기도)하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세례는 외형적으로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 베푸신 세례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가톨릭 세례의 효과즉 그 능력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제사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 파스카 희생 제사는, 예수님께서 단 한번 봉헌하셨지만, 그 효과는 무한하게 확장되어, 200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사람들도 세례를 받으면, 2000여년전 예수님의 십자가 제사의 능력을 받아, 죄에서 해방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하여 성령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직 이 세상의 나그네로서 현세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리 자신의 부활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예수님을 본 받아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죄에서 죽고 영원한 생명을 향하여 부활하는 삶을 날마다 살아갈 때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부활 축제를 맞아, 물어보겠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나에게 확 다가옵니까? 부활의 기쁨이 내 가슴에 벅차게 다가옵니까? 주님의 부활 축제를 잘 맞이하기 위하여 자기 죄를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받고 내적으로 열심히 준비하신 분들은 틀림없이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혹시라도 나는 주님의 부활이 맹숭맹숭하다 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아무도 죽음을 거치지 않고서는 부활의 영광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다 내어주셨기 때문에 죽음을 뚫고 부활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참조) 그런데 아직까지 제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서 부활을 향한 자신의 여정을 방해하고 있다면, 이제 각자 자신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뜻, 자신의 욕망 이런 부분을 어지간히 노력해서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살펴보니 아직도 ‘이것만큼은 못 버려’하면서 욺켜잡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제 더욱 완전하게 내려놓고, 부활의 충만함을 향해 전진해야 하겠습니다. 지상 순례의 여정에 어떤 한 지점에 붙잡혀, 전진하지 못하는 오류를 떨쳐버리고, 부활의 완성을 향해 우리 모두 힘차게 나가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