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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필요한 한 가지 (연중 제16주일 미사 강론)
   2016/07/18  14:48

연중 제16주일(다해) 강론

 

2016.07.17. 오전 11시 계산 주교좌 성당 교중미사

 

+ 찬미 예수님. 제가 유아 세례, 첫영성체를 받고, 초등부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학생회, 교리교사와 신학생 생활을 했으며, 서품받고 첫 미사를 봉헌했던 출신 본당에 왔습니다. 계산동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주님의 말씀을 받는 세 단계, 곧 주님을 모셔 들이고 시중들고 말씀을 받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이 과정은 아브라함, 마르타, 마리아에게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브라함은(창세기 18,1-10) 한창 더운 대낮에 자기 천막에 있다가 세 사람을 보고 달려 나가 엎드려 묻습니다. 행동을 하기 전에 ‘제가 이렇게 해도 좋겠습니까?’하고 질문한 것입니다. 그들은 승낙을 했고, 아브라함은 요리를 준비하여 시중들었으며, 이윽고 ‘일 년 후에 아들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을 때(루카 10,38-42), 마르타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셨습니다.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는 그 관심이 온통 주님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처럼 묻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을 깨닫고 음식을 시중들기보다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2)하고 말씀하십니다. 

 

정작 예수님을 집에 모신 마르타는 주님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기는 하였지만, 주님의 뜻이 아니라 자기 뜻을 따릅니다.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했습니다. 마르타는 자신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도 힘이 들자 예수님께 불평합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루카 10,40)합니다. 만약 마르타가 처음에 ‘주님, 필요하신 것이 무엇입니까?’하고 여쭈었다면, ‘너도 마리아와 함께 내 말을 들어라.’하셨을 것입니다. 마르타의 “보고만 계십니까?”라는 말에 예수님께서는 그 수고를 인정하시고 알아듣도록 설명하십니다.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1-42) 그 필요한 한 가지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기 뜻이 아니라 주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옛 일화를 살펴봅니다. 성 시메온 수도자가 하루는 높은 기둥 위에서 하느님만 바라보고 고행하겠다고 장상에게 허락을 청했습니다. 기둥 위에서 기도하고 자고 먹고 볼일을 보는 것이죠. 일 년이 지나고 장상은, 그 고행이 하느님의 뜻인지 그의 뜻인지 확인하려고 참사들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가서 ‘수도자여, 기둥 수도 생활이 어떠한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수도원에 들어와서 설명하라 하시네.’ 했습니다. 시메온은 즉시 ‘네, 내려갑니다.’하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참사들이 말했습니다. ‘장상의 명령이네, 자네는 그곳에서 계속 기둥 수도 생활을 하게.’ 성 시메온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기둥 수도 생활을 즉시 포기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그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임을 확인한 것입니다(S. Alfonso de Liguori, La vera sposa di Gesu Cristo..., 114쪽 참조). 우리도 내가 지금 붙들고 있는 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내 뜻인지 잘 분별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를 때, ‘너는 참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2 참조)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