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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을 받고,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주어라 (성령 강림 대축일 대구주보 강론)
   2019/06/10  16:30

성령 강림 대축일 대구주보 강론

 

2019년 6월 9일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발현하시어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하라고 성령을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붙잡히실 때 배신하고 도망쳤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죄를 추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성령을 주시면서 죄를 용서해주라고 하시지요. 예수님께 죄를 용서받은 제자들은 성령을 받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는 고해성사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보내시어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의 희생 제물이 되게 하시고 우리가 용서받게 해 주셨습니다.(로마 5,6-10참조) 영원히 지속되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의 효과를 통하여 오늘날에도 신자들은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 모든 죄를 용서 받고, 세례성사 이후에 지은 죄에 대해서는 고해성사의 사죄경을 통하여 용서받으며, 미사의 고백기도를 통해서는 소죄도 용서받고 있습니다.

 

죄를 용서받은 제자들이 죄를 용서함으로써 교회의 직무를 수행한다면, 죄를 용서받은 우리는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자비로이 우리를 용서해주셨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야 합니다. 내가 죄를 용서받았기에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지요.

 

여러분 가운데 혹시라도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무자비한 종의 비유(마태 18,32-35)를 들려주시면서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덧붙여 형제를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하느냐는 베드로의 질문에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새 계명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서는 사랑을 향한 출발점이기에, 예수님께서는 용서의 새 계명도 함께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곧 사랑과 용서의 새 계명으로, ‘너희는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용서하고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여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으로 용서받은 우리가 아직 용서하지 못한다면,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주님의 기도의 내용을 생각합시다. 용서받았기에 용서하고, 용서받아야하기에 거듭 용서하며, 하느님 자비와 용서를 나도 체험하고 이웃도 체험할 수 있도록 용서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깁시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