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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 (농민주일 미사 강론)
   2020/07/20  15:24

농민주일 미사

 

2020년 7월 19일, 군위성당 부계공소

 

찬미예수님, 오늘 농민주일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95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의 결정으로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지냅니다.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면서,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맞갖게 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오늘 방문한 부계공소는 1987년 부계면 창평리의 신희조 요안나씨와 성바오로 안나의 집 수녀님들의 전교의 결실입니다. 이로써 1987년 이찬현 신부님 때 신희조 요안나씨 댁에서 첫 공소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후 신자들이 늘어나, 1999년 1월 당시 군위본당 평협회장 신재기 이냐시오씨가 창평리 989번지(현 위치)의 2층 건물을 매입하여 교회에 봉헌하였습니다. 공소 건물 수리는 공소준비금, 지원금과 함께 신희조 요안나씨를 비롯한 뜻있는 분들의 봉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김경태 요아킴 공소회장님 시절인 1999년 5월 22일 이문희 대주교님의 주례로 신자들과 내빈 150여분을 모시고 공소 경당을 축성하였습니다. 이제 공소 첫미사로부터 30여년, 공소 경당 축성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복음을 전하신 분들과 수녀님들 공소회장님들 그리고 공소에서 함께 신앙생활하시는 모든 신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시겠습니다만 하느님은 농부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참조)하신 포도나무의 비유 아시죠? 비유 처음에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요한 15,1-2)고 분명하게 밝히십니다. 그리고 첫 사람인 아담도 농부입니다. 하느님은 ‘아담이 하느님을 거슬러 나무 열매를 따먹었으니, 땅은 저주를 받아 아담이 고통 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리라’(창세 3,17참조) 하시면서도, ‘얼굴에 땀을 흘리면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창세 3,19참조)고 농사지으며 살게 해주셨습니다.

 

농사는 땅으로부터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땅이 망가지면 먹거리도 망가지고 우리 생명도 망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 모두가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존하고 살리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첫 사람 아담에게 창조된 동산을 “일구고 돌보게”(창세 2,15)하셨던 것입니다.

 

우리 생명을 보존하게 하는 농산물 가운데에는, 주님의 몸과 피를 이루게 되는 밀 곡식과 포도로 만든 술도 있습니다. 밀떡과 포도주를 미사에서 축성하면 성체와 성혈을 이루게 됩니다. 자연적 사물이 사제의 축성으로 초자연적 사물이 됩니다. 세례를 통하여 우리도 놀라운 일을 체험하였습니다. 세례 전에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였고, 날마다 생명, 물, 공기, 자연의 변화 같은 자연적 선물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세례를 받고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자녀관계를 이루고, 날마다 성령, 성체, 성혈, 성경말씀, 영원한 생명을 향한 이끄심, 부르심, 성소, 소명 등과 같은 초자연 선물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실 하느님의 모든 손길,  모든 은총은 초자연적 선물이며, 하늘나라를 향해 부르시는 하느님 사랑의 보살핌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풍성한 은총의 선물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성령의 궁전이 되었습니다. 또 그리스도를 입고 기름 부음을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을 살펴보면, 좋은 씨 옆에, 원수가 뿌린 가라지도 나타나는 게 현실입니다. 오늘 농민주일을 맞아 먹거리 생산에 수고하시는 우리 농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우리도 저마다 좋은 씨를 가꾸고 가라지는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모두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도록, 각자 <마음의 농사>를 잘 짓도록 합시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 단으로 묶어 태워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마태 13,30).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