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수님 옆구리의 피와 물 (사제 성화의 날 미사 강론) |
2021/06/11 13:37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사제성화의 날
2021년 6월 11일 예수성심대축일, 성모당
찬미예수님, 오늘 예수성심대축일이고, 사제성화의 날입니다.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교구청 신부님들과 함께 성모당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신자라면 누구라도 세례 때에 기름부음을 받아 성령을 받았으며, 그리스도를 따라 가는 그리스도인으로 축성되고, 성별되었습니다. 신자는 세례의 삼직분인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받기에, 사제직으로 하느님께 기도하고, 예언직으로 기쁜 소식, 복음을 전하며, 왕직으로 이웃으로 사랑하고 섬깁니다. 그리스도 신자는 믿는 것을 기도하고, 기도하고 믿는 것을 선포하며, 복음을 선포한 그대로 살려고 노력하며, 천상고향의 순례길을 하루하루 나아갑니다.
그러면 우리가 예수님을 모시고 선포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때 나귀 얘기를 잘 아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데, 군중들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찬미 받으소서.’하고 막 외칩니다. 나귀가 자기를 향하여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고 벌떡 일어나 앞발이라도 흔들며 호응할라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수님을 꽈당 땅에 내동댕이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크리스토폴처럼 강물과 자갈과 진흙 같은 세상여정에서도 꿋꿋하게 예수님을 업고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말씀처럼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지는’ 방식으로 예수님을 모셔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창에 찔린 예수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 흘러나오는 장면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며, 피는 성체성사를 상징하고, 물은 성령의 선물들이 예수님의 성심으로부터 흘러나옴을 보여주어, 성체와 고해성사라는 사제의 2가지 중요 소임을 드러냅니다.
먼저 예수성심에 흘러나오는 피와 관련하여,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 때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고 미사를 거행하도록 명하셨고, 제자들에게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참조) 하시며,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하는 백성들에게 성체 빵을 주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신부님들은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고 신자들이 성체를 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성심에서 흘러나오는 물, 곧 성령의 선물과 관련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라.’고 하셨기에, 신부님들은 고해성사를 집전하며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피와 물, 성체와 고해 성사를 생각하니, 여러 신부님이 생각납니다. 특히 올해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는 김대건 신부님과 같은 해 태어나신 최양업 신부님이 떠오릅니다. 한국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질문에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하며 배교를 거부하고 신앙을 증언하였으며, 1846년 9월 16일, 1년여의 짧은 사제생활로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그리고 땀의 순교자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은 11년 6개월간 전국 5도에서 사목순방을 하셨고, 틈틈이 한문의 교리서와 기도서를 한글로 옮기고, 순교자들의 기록을 정리하며, 선교사들의 입국을 돕던 가운데, 1861년 경남 사목방문 후 베르뇌 주교님께 보고하러 상경하던 중 문경에서 선종하셨습니다. 참고로 최양업 신부님의 편지 21통 가운데 1859년의 세통의 편지를 쓰신 안곡은 경북 선산군 무을면 안곡1리 안곡역참마을로, 조금 떨어져 선산본당 무을공소가 있습니다.
오늘 예수성심대축일 사제성화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예수성심의 깊은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며, 세례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수행하도록 합시다. 또한 신부님들은 성체 빵을 나누어주고, 성령의 은총 특히 하느님의 용서를 신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합시다. 신부님과 신자 모두, 그리스도를 모시고 그분을 선포하는 그리스도인, 천주교인으로 삽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