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 술은 새 부대에 (대구가톨릭청소년회 및 기관장 사제 연수 파견미사 강론) |
2021/09/07 11:21 |
대구가톨릭청소년회 및 기관장 사제 연수 파견미사
2021년 9월 3일, 베네딕토 수녀회 영성관
찬미예수님, 오늘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에, 대구가톨릭청소년회 및 기관장 사제 연수 파견 미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가 1년 반이 넘게 지나가면서,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청년청소년 중에서도 우울증 비만 트라우마 등 여러 가지 병리 현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들려주신 말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루카 5,33)를 기억하며,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상황에서 복음의 기쁨을 특히 힘들어하는 청년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잘 전달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가장 힘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라고 합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힘들어 하는 청년청소년들에게, ‘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비참하게 여겨지는 그 때라도, 나의 정체성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며, 성령의 궁전이며, 하느님께서 아주 아름답게 창조하신 존재이며, 이 세상 창조 첫날부터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시간의 흐름을 모두 살펴보아도, 또 그 시간 동안 지구뿐만 아니라 온 우주라는 공간을 다 흟어 보아도, 인간은 각기 다른 영혼이라는 고유성을 갖춘 유일한 존재로 창조되었기에, 나는 살아 있는 것 자체로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 사랑받는 자녀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고유한 사명을 부여하셔서 창조하셨기에, 이렇게 웅크리고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 내가 있는 이곳에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알려 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고유한 소명에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소화 테레사 성녀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봉쇄 수녀원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기도만 하였는데 ‘선교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오를래앙의 처녀라 불리는 성녀 쟌 다르크 곧 아르크의 성녀 요안나는 프랑스의 가톨릭 신앙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갔으며, 프랑스의 제2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두 성녀는 자신의 소명의 길을 충실히 걸었습니다. 만일 소화 데레사가 기도 대신 칼을 들었거나, 성녀 쟌 다르크가 칼이 아니라 기도에만 열중했다면 자신의 소명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겠지요.
오늘 복음의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에 따라,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청년청소년들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 예수님으로부터 십자가 목숨 바친 사랑을 받은 존재라는 정체성을 각성하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보편적인 계명과 함께, 자신의 주변에서 힘들고 어려워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돕는 애덕의 실천 과정에서,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나누도록 소명을 주셨는지 자각하도록 꼭 도와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청년청소년들이 이렇게 정체성을 각성하고, 자신의 고유 소명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도하는 우리들이 먼저 그리스도인이며 사제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각성하고 살고, (혹시 부족하면) 우리의 소명을 날마다 충실히 구현하는 행복한 삶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제 연수를 통하여, 앞으로 날마다 사제 정체성과 사제 소명의식에 따라 살아가기로 합시다. 그리고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자녀들이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기 있으시니, 코로나로 힘들어 하는 청년청소년들에게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 신자의 정체성과 소명을 회복할 수 있게 돕도록 합시다. “너희는 모두 제 십자가를 메고 나를 따라야 한다.”하신 예수님을 뒤따라, 청년청소년들과 함께, 부활을 향한 주님의 길을 꾸준히 서로 도우며 힘껏 걸어가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