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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표징이 되어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종신서원 미사 강론)
   2023/02/03  11:40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종신서원 미사

 

2023년 2월 2일

 

찬미예수님, 오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종신서원 예식을 거행합니다. 대구대교구는 올해 내년 친교의 해를 살고 있습니다. 친교의 해는,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도 삼위일체 하느님처럼, 서로를 향하고 서로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는 친교의 신비를 드러냄으로써,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자는 것입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240항에 따라, 자신에게서 벗어나, 하느님과 이웃과 피조물과 함께 친교로 하나 되어 살아감으로써, 더욱 성장하고 성숙하며, 더욱 거룩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교구장 대주교님의 사목교서 <친교로 하나 되어>에서는 이를 위하여 특히 복음적 친교를 살아가는 수도공동체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기를 청합니다. 그 이유는 수도공동체가 친교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수많은 영적 보화를 간직하고 있고, 또 구체적으로 친교를 살아가는 모범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종신서원을 하시는 수녀님들께서 <생명의 책> 1항의 말씀, 곧, “성 바오로의 수녀들은 하느님과의 일치와 형제들을 섬김으로 애덕의 완성을 지향한다.”를 잘 살아가시도록, 교구에서 친교의 해를 지내는 저도 함께,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에파타 (열려라)’ 예수님 상본을 보셨을 것입니다. 이 상본은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마음의 문아, 에파타 (열려라)’ 하고 노크하시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상본 그림에 문 바깥쪽 손잡이가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안쪽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드려야 예수님께서 들어오시며, 강제적으로는 들어오시지 않는 그분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신자들이 문을 열어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다면, 서원의 삶을 사는 수녀님들께서는 더 발전시켜, 시편45[44]편 메시아 임금의 혼인축가처럼, 혼인 신방을 꾸미시고 예수님을 모시면 좋겠습니다. 최민순 신부님 번역에 따르면 시편은 이렇습니다. “제왕의 따님들이 당신(임금)께 마중나오며, 오필의 금으로 단장한 왕후는 당신 우편에 서 있나이다. 듣거라 딸아, 보고 네 귀를 기울이라, 네 겨레와 아비 집을 잊어버리라. 이에 임금이 네 미모에 사로잡히시리라, 그는 네 임자이시니, 그 앞에 꿇어 절하라.”입니다. 그렇습니다. 수녀님들은 오늘 메시아 임금님 앞에 꿇어 절하며, 그리스도 임금님, 곧 묵묵히 성부의 뜻에 순명으로 따라가는 그분과 똑같이 따라가는 정배, 메시아와 똑같이 성부께 순명하는 왕후로 살겠다고 서원을 하십니다.

 

이제 수녀님들은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신자들에게 드러나는 표징이 되십니다. 외적 표징으로 세속과 인연을 끊고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온전히 투신함을 드러내며, 또 그리스도의 정배가 됨을 드러내도록 수도복과 베일을 착용합니다. 내적 표징으로, 복음삼덕, 곧 예수님 말고 다른 것을 소유하지 않고 예수님께 의지하는 청빈과, 예수님 말고 다른 사랑을 찾지 않는 정결과, 예수님께서 교회와 장상을 통하여 언제나 보살펴주시고 이끄심을 믿는 순명, 이렇게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삼덕을 드러내는 표징으로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 ‘신랑을 빼앗기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고 하셨습니다만, 수녀님들은 혼인잔치의 기쁨을 계속 누리시도록 마음의 궁전에 메시아 임금님을 늘 모시고 계시기를 기원합니다.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성령과 말씀과 성체로 사랑하는 예수님을 모시고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 가는 표징이 되어 주십시오. 많은 이들에게 이런 표징이 되어 주셔서, 남녀 복사단 꼬마들 커서 신부, 수녀들 되도록 독려해 주시고, 혹시 수심 가득한 신자를 만나면, ‘무슨 일 있냐고?’ 챙기시고 ‘기도하겠다고 용기를 내라,’고 격려하시며, 하느님 애덕의 손길을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꾸준한 수도생활 속에서 예수님을 모시고 기쁘게 살고, 믿음 속에서 여유롭게 행동하며, 끊기 있고 항구하게 정진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