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사제 (2023년 교구 사제 연수, 둘째 날 미사 강론) |
2023/02/21 10:41 |
2023년 교구 사제 연수, 둘째 날 미사
2023년 2월 8일,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목처 성당
찬미예수님, (손동작) 사랑합니다. 친교의 해 교구사제연수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 반갑습니다. 대전교구 김인호 루카 신부님의 ‘사제의 경청과 소통’에 관한 강의를 듣고, 3번의 소통의 시간을 가졌으며, 프로그램으로 ‘우리 사제들의 모습’, ‘오며가며 친교’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떼제 노래와 함께하는 성시간’ ‘미사’ ‘저녁식사 및 만찬’이 이어집니다. 조금 전의 성시간을 통해서, 겟세마니에서 고뇌하셨지만, 아버지 순명과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선택하셨던 예수님의 사랑이 모든 것의 출발점임을 느꼈습니다. 성시간 후 미사, 만찬으로 이어지기에, 십자가 희생제사 없이 성찬의 제사가 없으며, 또 만찬을 나누는 인간적 친교는 미사의 성체의 친교를 바탕으로 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주는 십자가와 성체성사로써, 신부님들의 만찬 친교도 잘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임석수 신부님의 노래 ‘십자가를 그으리라’가 있는데요, 후반부 가사는 이렇습니다. “십자가를 그으리라 나의 주님 보소서.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고운 십자가를. 십자가를 그으리라 나의 주님 보소서. 너와 나를 정답게 이어주는 승리의 십자가.” 네. 상하방향과 좌우방향으로 십자가를 그으면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또 너와 나, 인간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십자가 역할이, 바로 우리 사제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라고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성부의 품속에 계신 말씀이셨지만 신성을 버리시고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강생하시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고, 기적과 치유를 행하시다가, 마침내 성부의 뜻에 순명하여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봉헌하시어,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와 인류 구원을 이루셨고, 또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하심으로써, 온 세상 어디서나 성찬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여, 성체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친교를 이루게 하셨던 것처럼, 우리 사제도 구유와 십자가와 성체의 예수님을 닮아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구현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 사랑의 손길을 드러내는 표징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셨던 것처럼, 하느님 향해서 신자들의 기도를 모아 봉헌하며, 신자들 향해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와 연민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좀 구체적으로는, 본당에 오는 신자들을 웃으며 환대하고, 고해성사를 집전하며 하느님의 자비를 전달하고, 성체를 분배할 때에 여유롭게 분배하여 성체를 잘 모시도록 하고, 미사 후 퇴장하는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축복해주어서, 신자들이 ‘우리 신부님을 만날 때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보살펴주심을 느낍니다.’ 칭송하도록, 하느님과 인간을 잘 이어주는 사제들이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착한 목자 예수님 닮은 사제로서, 사제생활 가운데 기쁘고 행복하게 살며, 신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사제로 살도록 노력합시다. 힘들 때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때는, 성녀 대 테레사의 글 ‘아무것도 너를’처럼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고,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면서, 사제적 삶의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 마지막 날, 심판의 날에 예수님께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먹을 것을 주었고, 마실 것을 주었으며,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입을 것을 주었고, 돌보아주었으며, 찾아주었다.’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먼저 하느님과 친교, 사제단 안에서 친교를 이루고, 하느님의 사랑과 친교가 우리 사제단을 넘어, 신자들에게도 피조물에게도 넘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