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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모셔야 하는 성가정 (제9회 한마음 축제 미사 강론)
   2016/11/30  10:1

제9회 한마음 축제 미사


2016년 11월 26일, 포항 만인당

 

+ 찬미예수님, 2016년 제9회 한마음 축제에 참석하신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 미사는 포항시 행복한 가정 만들기 기원 미사로 이곳 만인당에서 봉헌하고 있으며, 포항을 중심으로 경주와 인근 시군의 본당과 기관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시인(류시화)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는 어쩌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 근원적인 외로움을 풀기 위하여 사람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피조물에서만 기쁨을"(자비의 희년 기도문)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외로움은 사실 하느님을 충만하게 만나고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여,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득하게 될 때야 비로소 해소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행복한 가정, 신자들의 행복한 성가정을 이루는 것도 부부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문제가 하느님을 만날 때 완전하게 해결되는 것과 비슷하게 부부가 하느님과 함께 할 때에 행복한 성가정을 이룹니다. 부부가 하느님을 윗 꼭지점으로 하는 삼각형을 이룰 때는 배우자와 사랑을 주고받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하느님께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수직 관계를 깔지 않으면 부부의 사랑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불과하지만, 하느님 사랑이라는 밑바탕을 깔면, 배우자를 통해 하느님과 사랑을 주고받게 됩니다. 부부가 모두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깊이 체험할수록 부부의 사랑은 하느님 사랑을 서로에게 전해주는 표징의 역할을 뚜렷하게 수행합니다. 부부의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눈에 보이는 배우자와 주고받는 사랑을 표징으로 분명히 전달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배우자에게 이것을 해 달라 저것을 해 달라고 청 할뿐 무엇을 해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어른의 마음, 곧 아버지나 어머니의 마음을 가져야 서로 베풀고 나누게 됩니다. 미국의 어떤 정신과 의사(M. 스캇 펙)는 저서(아직도 가야할 길, 95쪽)에서 자신의 딸과 겪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열 네 살 난 딸은 아버지와 ‘체스를 같이하자.’고 몇 주째 졸랐기에, 아버지는 하루 저녁 ‘오늘 체스를 하겠느냐.?’고 말합니다. 그래서 둘은 아주 열심히 체스를 두게 되는데 딸아이는 9시가 되면 다음날 학교에 대비하여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그래도 ‘하루쯤은 늦게 잘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계속하다가 딸아이가 ‘좀 빨리 두라.’고 채근했어도 아버지는 ‘체스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더욱 경기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딸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이런 바보 같은 게임은 차라리 져 주는 게 좋겠다.’고 하며 방으로 뛰어가 버립니다." 그 의사는 그 자리에 2시간 동안 앉아서 생각한 끝에 체스를 이기고 싶은 욕심이 딸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을 눌러서 그날 저녁을 망쳐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평생 지켜온 승부욕이라는 신념을 아주 고통스럽게 포기하고, 좋은 부모로 아이와 지내야 하겠다는 신념을 새롭게 갖추었습니다. 이기려는 아이 마음을 버리고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 마음을 갖춘 것이지요. 아버지라는 새로운 신분에 맞추어 더욱 성숙한 어른 된 마음을 갖춘 것입니다. 사실 겪어보니 경쟁심, 승부욕을 포기해도 매우 심각한 상실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특히 모든 부부는 성숙한 신앙인, 예수 그리스도를 입은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때에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어른들과 이웃들에게도 합당하게 사랑과 자비와 용서를 주고 또 받아들이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각자가 충분히 깨달아야 가족과 이웃에게 그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외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를 위한 분명한 사랑을 밝혀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이고 예수님의 제자임을, 우리가 서로 사랑함을 통하여 분명히 드러내며 살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