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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예수성심시녀회 종신 서원 미사 강론)
   2016/12/12  17:20

종신 서원 미사 강론

 

2016.12.8. 예수 성심시녀회 성당

 

+ 찬미 예수님.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오늘 종신 서원을 하시는 수녀님들과 하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교회는 종신 서원 예식을 별도로 거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것은 종신 서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정배인 교회와 결코 풀릴 수 없는 유대로 결합되심을 탁월하게 드러내는 수도생활을 종신토록 하겠다는 약속이 종신서원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는 하느님을 사랑하며 살도록 부르심을 받습니다. 그들 가운데 자유롭게 온전한 하느님 사랑의 수도 생활을 받아들이는 제자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독신 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정결과 청빈과 순명을 살겠다고 스스로 결심하고 서원하는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915항 참조).

 

정결의 덕행을 살펴봅시다. 하느님께서 인류를 당신을 닮게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셔서(창세 1,27 참조) 모든 인간성 안에 혼인을 향한 사랑과 일치의 소명을 넣어주셨지만, 사람들 가운데 일부인 수도자들은 ‘시집가거나 장가드는 일이 없는’(마태 22,30 참조) 하늘나라의 삶을 이미 지상에서부터 보여주며 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정결의 덕행이라고 합니다. 수도자들은 여러 가지 사랑 가운데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하여 다른 모든 사랑 곧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기애조차 미워하는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루카 14,26 참조). 그리고 청빈의 덕행을 통하여 수도자는 소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 가운데 오직 하느님만을 소유하고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처럼 -필립비 인들에게 보낸 사도 바오로의 서간 말씀이죠- 쓰레기처럼 여깁니다(필리 3,8 참조). 그리고 순명의 덕행을 통해서는 여러 가지 선택할 수 있는 뜻 가운데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로 선택하고 다른 모든 뜻 특히 자기 뜻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복음적 권고를 살아가는 수도 생활에서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순명입니다. 사실 수도 생활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생각대로 하고 싶어질 때도 있고, 주님의 뜻과 내 뜻이 대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성경 말씀을 통해서, 장상이나 다른 여러 사람들의 조언 등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계시하십니다.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할 것인가, 순명이냐 거부냐 하는 갈림길에 섭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순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겸손이 순명을 이끕니다. 겸손과 반대로 교만, 자존심, 자기애,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은 하느님을 거스르게 이끕니다.

 

겸손과 순명을 살아가는 수녀님들을 보면, 오늘날 재산과 명예와 권력을 통하여 이 세상 안에서 만족과 충족과 쾌락을 추구하는 그 거대한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도, 영원한 행복,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며 사시는 모습을 봅니다. 우리 수녀님들은, 예수님을 모시고 살기에 마음속 예수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복음의 빛이 수녀님들의 얼굴을 통해서 반짝인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종신 서원을 하신 수녀님들과 모든 수녀님들께서는, 앞으로도, 이 세상에서 주님의 빛나는 광채를 널리 비추어 주시면서, 하늘나라에서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삶의 기쁨을 이미 지상에서부터 이곳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수도자의 신원과 사명의 본질인, 겸손, 온유, 기쁨, 평화, 진리 그 자체이신 예수님, 신랑이신 그분과 일치하여 앞으로도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예수의 성녀 테레사의 말을 인용하며 강론을 맺을까 합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수녀님들, 그리고 우리 모두 하느님을 모시고 행복하게 삽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