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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 지기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6/12/12  17:23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

 

2016.12.8. 월배 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오늘 이곳 월배 성당 미사에 참석한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잉태하셔야 하는 분이셨기에, 미리 성모님께서 잉태되시는 그 순간부터 원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믿음이 초대 교회 때부터 생겨났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1,26-38)을 살펴보면 '마리아가 잉태하여 낳을 아들은 그 이름이 예수이고,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며,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고, 그분께서는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며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루카 1,31-33 참조) 칭송받고 있는데요. 가브리엘 천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분은 '성령께서 마리아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거룩하신 분의 힘이 마리아를 덮은 다음 태어날 아기로서 거룩하신 분이며 하느님의 아드님'(루카 1,35 참조)이라고 불릴 것이라 하셨습니다. 결국 성모님 무염시태는 성모님 자신을 위한 원죄 없는 잉태라기보다는,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실 수 있도록 성모님 당신께서도 잉태되신 순간부터 온전히 원죄에 물들지 않도록 보호 받았다는 것이지요.

 

사실 어린 소녀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이 자신을 찾아와서 말하였을 때, 몹시 놀라고,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곰곰히 생각하였고, 그다음에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하였습니다. 천사가 거듭 거듭 설명하며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고 하자, 그러고 나서 마리아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고 응답합니다. 이 응답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답변으로 성모님은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순종을 가장 완전하게 실천하신 분이 되십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95항 참조)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명함으로써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셨고, 신앙인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이 응답은 또한 우리의 응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합당한 응답을 드릴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이 순간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에게 바라시고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귀를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을 듣지 못하면 응답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 세상은 복음의 기쁨과 그 가치를 점점 잃어가고 있으며, 교회 안에도 세속화의 거센 물결이 밀려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끌벅적한 환경에 자칫 휩쓸리다보면,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뜻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그분의 음성을 잘 듣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가 어느 곳에 귀를 기울이고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당신의 기적을 목격하고 몰려드는 수많은 군중에 휩쓸려 떠밀려 가시던 예수님께서는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여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시고 기도에 전념하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깨어 기도하며,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음성을, 그분의 지향을 정확하게 알아듣고서, 제대로 응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