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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부의 사랑은 물처럼 흐른다 (대구 ME 송년 미사 강론)
   2016/12/12  17:26

2016년 대구 ME 송년 미사

 

2016년 12월 11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강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대림 제3주일(가해)입니다. 오늘 교구 ME 송년 미사에 참석하신 부부 여러분 반갑습니다. 덕분에 미사 전 행사인 초청 강의를 저도 함께 잘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하셔서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시고’(시편 8,5-7 참조) 외롭지 않게 하시려고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습니다.”(창세 1,27) 혼인을 통하여 부부는 “둘이 아니라 한 몸”(마태 19,6)이 되고 ‘온전한 결합으로 서로 사랑하고 돕고 봉사하며, 완전한 신의와 결코 풀릴 수 없는 일치를 바탕으로 부부 상호의 증여와 헌신, 그리고 자녀의 출산과 교육의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사목 헌장 48항 참조)

 

예수님께서 부부의 사랑을 혼인 성사로 승격하신 이유는, 부부 사랑을 당신과 교회 사이의 사랑과 일치의 표징이 되게 하시려는 것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정배인 교회를 위하여 거룩한 신성을 모두 포기하시고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것도 힘없고 나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교회를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바치면서 교회를 향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셨고,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교회의 죄의 온갖 허물을 씻어 주셔서, 깨끗하고 흠 없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혼인하는 부부가 결합하여 이루는 가정 교회에 언제나 함께하시면서, 예수님께서 당신 교회를 사랑하는 그 놀라운 사랑에 부부의 사랑이 동참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부부의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드러내는 표징의 역할을 합니다.

 

사랑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넘치는 곳에서 필요한 곳으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부부가 각기 먼저,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득차야 배우자에게 사랑이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흐르지 않는 사랑, 자기 자신을 향한 이기적인 사랑은 고여서 썩을 뿐입니다. 신자 부부 사이의 사랑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의 표징이 되려면, 신자 부부 각자가 먼저 그리스도를 제대로 만나야만 합니다. 그리스도를 깊이 만날수록, 그분을 체험할수록, 그분과 결합하여 하나가 될수록,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배우자에게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주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모시고, 그분과 함께할 때에, 부부 사랑 속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현존하게 됩니다.

 

바오로에 따르면(에페 5,21-33) 남편은 아내에게,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순종하며,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로서, 그 지체를 구원하신 것처럼, 아내의 머리인 남편은 아내를 구원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친 것처럼 아내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말씀과 더불어 물로 씻어 깨끗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듯이, 그리고 교회를 티나 주름 같은 것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이 서게 하셨듯이, 남편도 이렇게 아내를 제 몸 같이 사랑하고, 제 몸처럼 가꾸고 보살펴야 합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서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순종하고,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듯이 아내는 모든 일에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며, 남편을 존경해야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 신자 가정이 예수님을 모시고 그분을 사랑하는 사랑으로 배우자를 사랑하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