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보좌주교 말씀
제목 두려워말고 결심하여라 (2016년 예비신학생 겨울방학 미사)
   2016/12/20  10:34

2016년 예비신학생 겨울방학 미사

 

2016년 12월 17일, 대신학원 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대림 제4주일(가해)입니다. 오늘 방학을 맞는 예비 신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1,18-24)에서는 마리아가 예수님을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요셉에게 밝혀졌을 때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던 것이죠.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습니다. 여기에서 1.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2. 그 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다가, 3.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게 되고, 4. 사람이 결심하게 되면서 상황이 종결되고 평온한 상태가 되는 과정을 봅니다.

 

루카 복음의 '예수님의 탄생 예고' 대목(루카 1,26-38)에서도 사건 발생 - 혼란 상항 - 식별 - 결심 이라는 연속적인 흐름을 봅니다. 먼저 1.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하고 말한 것이 사건 발생 부분입니다. 그리고 2.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는 부분은 혼란 상황입니다. 3. 식별은,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는 계시 앞에서 "마리아는 곰곰이 생각하였다."처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부분입니다. 4. 결심은, 마리아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며 마음을 잡는 부분입니다.

 

마리아의 이러한 식별과 더불어, 오늘 복음에서는 요셉이 식별을 거친 다음에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이도록" 결심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끊임 없이 여러 사건을 통하여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당신의 뜻을 찾도록 우리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예비 신학생들은 주로 가정, 학교, 성당, 사회에서 사제성소의 꿈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비 신학생들은 여러 곳에서 겪는 모든 사건 속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성찰하고 식별해야 합니다. 마리아가 ‘저는 주님의 종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하였다면 예수님을 잉태하지 않았을 것이고, 요셉이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마리아와 가정을 이루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요셉은 주님의 뜻을 잘 따랐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나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 이것이구나!’ 또는 ‘이 길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길이구나!’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누구라도 깨닫는다면, 틀림없이 그 길을 걷게 될 것이고, 힘들더라고 기필코 완수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비 신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는 식별의 과정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 자신의 뜻에 따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서 하느님의 뜻이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결심하고 또 실천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