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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곧장 일어나 떠나자 (2016년 대구대교구청 종무미사 강론)
   2016/12/31  15:57

2016년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종무미사

 

2016년 12월 30일, 꾸르실료 교육관 경당

 

찬미예수님, 교구청 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종무 미사를 통하여 한 해 업무를 마감하면서 일 년동안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을 기념하고 감사드리며, 이웃의 도움과 협력에 감사드리도록 합시다.

 

오늘 복음(마태 2,13-15.19-23)에서는 요셉이 두 번 꿈을 꾸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첫째 꿈에서는, 박사들이 돌아간 뒤에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하며, 요셉에게 당장 피신해서 정해진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하며, 그 이유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임을 설명합니다. 요셉은 그 밤에 일어나 피신하여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이집트에 머뭅니다. 둘째 꿈에서는, 헤로데가 죽은 뒤에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죽었으니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와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고 했지만, 요셉은 헤로데의 아들이 다스리는 유다에 가기를 두려워하였고, 결국 꿈에 다시 지시를 받고 갈릴레아 지방 나자렛 고을에 자리 잡습니다.

 

하느님께서 꿈을 통해 요셉에게 여러 번 이야기하신 뜻은, 죽음을 피하여 예수 아기와 마리아아 요셉의 성가정이 무사히 있을 수 있도록 도우시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헤로데의 아들이 다스리는 지역을 두려워하자 새로운 장소 나자렛으로 이끌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요셉이 꿈에 주님의 천사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기와 마리아뿐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지키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는 오늘날에 우리들에게도 계속해서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 비추어 볼 때, 그분의 말씀은 첫째, 성가정이 이집트로 피신하듯, 각자가 죽음의 손길에서 벗어나 생명의 땅으로 탈출하라는 것이고, 둘째, 헤로데의 아들을 피하도록 나자렛으로 이끄시듯, 각자가 두렵거나 힘든 것이 있다면 그것을 떨치고 대안을 찾도록 이끌어 주시는 말씀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미사의 1,2독서와 복음 그리고 강론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성경 말씀을 통해서도 말씀하십니다. 특히 하느님께서는 누군가가 뻔히 잘 알고 있고 잘 공부하였고 잘 이해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생각하고 있던 어떤 구절의 깊은 뜻을 어느 특정한 순간에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주시고 깨닫게 하시는 방식으로 당신의 말씀을 건네기도 합니다. 성경 묵상을 하는데 '아!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겠구나!'하는 결심을 하도록 이끌어 주시면서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화답송 시편 후렴을 따라 하거나, 신자 회중이 다함께 성가를 부르는 순간에도 갑자기 어떤 가사를 통하여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그분의 손길을 느낀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힘겨움을 이해하시고 그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어주시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첫째로 죽음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고 죽음을 떨치고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요셉이 죽음을 떨쳐버리려고, 그 밤중에 벌떡 일어나 즉시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피신하였듯이, 우리도 당장 일어나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 잘못된 행동, 습관, 경향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우리는 우리의 힘겨움과 어려움을 내 안에 쌓아두지 말고 내놓고 하느님께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마음속에만 생각 속에만 넣어두지 말고 이웃에게도 말해야 하겠습니다. 병을 자랑해야 병을 고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말을 할 때 이웃을 통해서 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죽음에서 벗어나고 또 어려움에서도 벗어나 당신을 향한 길을 걷도록 초대하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는 시편(95,7참조) 말씀을 명심하여, 주님 말씀에 대해, 요셉이 밤이라도 곧장 일어나 떠난 그 실천의 응답을, 우리도 모두 드리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