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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현존과 축복 (약목성당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7/01/02  11:22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017년 1월 1일, 약목성당

 

찬미예수님, 약목성당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오늘 제1독서(민수 6,22-27)는 '아론의 축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두 세 문장으로 되어 있는 아론의 축복의 각 문장의 앞부분을 모두 봅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복을 내리시고,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리라."입니다. 이 세 문장 모두 하느님과의 대면을 전제로 합니다. 첫째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에서 '복을 내리다'라는 말은 '좋은 말을 하다' 혹은 '축복하다' 혹은 '덕담을 하다'로 옮길 수도 있는데, 모두 '말하다'를 깔고 있기에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듣는 자녀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을 느끼게 합니다. 둘째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에서 '비추다'가 ‘불빛을 비추다’라는 뜻이기에, ‘하느님께서 당신 얼굴의 빛나는 광채를 직접 만난 당신 자녀에게 비추신다’고 이해하게 합니다. 세째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시시고"에서 '들어 보이시다'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던 경우에 누가 부르거나 인기척을 내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는 뜻이기에, ‘당신 자녀가 하느님께 간청과 청원의 기도를 바치거나, 힘듦과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기쁘고 즐거운 일로 찬양하거나 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고개 숙여 하시던 당신 일을 멈추시고 얼굴을 들어 당신 자녀를 바라보신다.’고 알아듣게 합니다. 1독서 끝부분에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당신 이름이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3)하고 가르쳐 주셨기에, 하느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분의 현존을 그곳에 청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면 하느님께서 그 현장에 현존하시겠고, 당신께서 직접 그들에게 복을 내리시겠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이 바로 축복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론의 축복에서 나열된 "주님께서 너를 지켜주시고, 너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너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라는 것도 하느님의 현존이 함께 할 때 당연히 주어지는 축복들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현존 자체가 축복임을 잘 알고 계시기에, 우리 사람들과 더욱 함께 하시려고, 당신의 사랑과 축복을 더욱 풍성하게 나누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처음부터 성조와 예언자들을 통하여 당신이 함께 계신다고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고 당신의 길을 따라 걸으라고 여러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말씀하시다가, 마지막 때에 당신의 현존과 당신의 사랑과 당신의 말씀을 더욱 명확하게 알려주시기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사람이 되게하시고, 특히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습니다.'(계시헌장, 4항 참조) 그리하여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루카 2,16) 발견하였습니다. 이로써 주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하신 말씀, 곧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하신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태 1,23)라는 뜻이므로, 임마누엘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교회에 현존하고 계십니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고, 말씀 안에 현존하시며,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신 분께서는 교회의 찬양과 기도에 현존하십니다.’(전례헌장 7장 참조)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심을 명확하게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혹시 잘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 당신을 알게 해 주십시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사랑을 충만하게 느끼면, 우리는 그분께서 펼치시고자 하는 당신의 사랑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2017년 올해도 약목 본당 공동체에 하느님의 현존을 통하여 그분의 사랑과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