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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녀에게 물려줄 것 (제4회 대구대교구 세계 여성의 날 파견미사 강론)
   2017/03/13  15:51

제4회 대구대교구 ‘세계 여성의 날’ 파견미사

 

2017년 3월 11일, 교육원 다동 대강당

 

찬미예수님, 오늘 교구 여성의 날 기념미사에 참석하신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사람은 세 여성의 음성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누구일까요? 네 잘 아시는 것처럼 어머니와 아내와 네비게이션 음성입니다. 어머니와 부인과 네비게이션이 말하는 데로 하는 것이 내 생각대로 하는 것보다 올바른 길을 훨씬 더 잘 찾는다는 인생 경험이 담긴 표현입니다.

 

생존 전략은 세대를 넘어 자녀에게 전달된다고 합니다. 어떤 마을에 까치가 배를 쪼아 먹어서 의뢰를 했더니 그 까치들이 다니는 길목의 모든 배나무에 약물을 주사했습니다. 까치를 죽이지는 않고 큰 통증과 구토를 일으키는 약물이죠. 까치가 고통을 겪고는 결코 배를 쪼아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까치가 알을 낳아 부화한 새로운 개체 곧 후손들 역시 배를 거들 떠 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부모 세대의 생존 전략이 기억으로 전달된 것이지요. 한 번도 호랑이를 만난 적이 없는 멧돼지도 호랑이 배설물 냄세를 맡으면 곧바로 도망을 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람의 경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일상이 바로 자녀에게는 거대한 생활 규범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특히 생존 전략이나 문제 해결 방식이 그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불평하고, 거기에서 혹시 자신이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은 없는지 살피지는 않고, 그저 이웃을 탓하고, 심지어 하느님을 원망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건을 겪어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자신이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로 삼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자녀들에게 각인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탓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시기하면 아이는 똑같이 그렇게 하고, 어머니가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인내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풀어 가면 역시 자녀도 그렇게 똑같이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녀 인생의 척도’가 됩니다. 자, 사랑하는 내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하겠습니까?

 

예수님께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번민하신 그 순간이라고 여겨집니다. 결심하기까지 예수님의 마음이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결국 결심하시고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순명을 묵상하면, 성모님의 순명이 떠오릅니다. 성모님께서도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의 잉태를 알리는 그 순간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성모님은 당신의 신앙과 순명으로 예수님을 모셔 들였던 것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함께 기억하며, 어머니는 자녀에게 훌륭한 삶의 규범을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먼저 자녀에게 기도하는 삶을 물려주십시오. 어머니가 기도하면 자녀도 기도합니다. 사사건건 결정해주기 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비추어 스스로 결정하도록 그 기준을 물려주십시오. 잘못을 발견하면 힘껏 바로잡는 용기를 물려주십시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사람의 행복”(시편 119,1참조)을 보여주십시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 참조)하십니다. 그러므로 어머니 혹은 아내 혹은 자매로서,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훌륭한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물려주십시오. 우리 모두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과 자녀들부터 초대하여 영원한 생명을 향한 순례의 길을 함께 걸어가도록, 우리의 신앙과 사랑을 전달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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