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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본분 신앙인의 본분 (안중근 의사 순국 107주기 추모미사 강론)
   2017/03/27  10:43

안중근 의사 순국 107주기 추모미사

 

2017년 3월 25일, 계산 주교좌성당

 

찬미예수님, 올해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7주기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하루 앞당겨 오늘 안중근 의사 추모 행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10) 안중근 의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진복팔단(참행복)의 한 구절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일본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발사했습니다. 재판에서 일제는 “개인적인 원한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고 말하면 사형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안중근은 “이 의거는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라 조선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독립전쟁의 일환으로 결행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형사범이 아니고 전쟁포로이다.”라고 맞섰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때 안중근에게 모친 조 마리아 여사는 편지를 보냅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편지는 뤼순 감옥의 간수였던 헌병 지바 도시치(千葉十七)가 그 내용에 감동해 일기장에 기록해 두었던 것이 나중에 알려졌습니다.

 

한편 지바 도시치는 항소를 포기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에 자신에게 써준 유묵 “위국헌신 군인본분”(나라를 위해 몸과 목숨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을 고이 간직하고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토마 세례명을 받은 천주교 신자로 또 대한의군 군인으로 자기 본분을 다하고, 사형선고에도 굽히지 않는 기개에 안중근을 존경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자녀의 본분을 일깨우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 제자들에게는 그 본분을 더 강력하게 요구하십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0,37-39). 그리고 예수님 자신의 본분도 명확하게 밝혀,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하시며, 당신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람의 효율성을 최대로 합니다. 부르심 없이 행하는 모든 일은 아무리 중요하게 보일지라도 꽃처럼 시들고, 부르심으로 하는 모든 일은 [안중근 의사처럼 100년이 지나도]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안토니오 브라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제>, 기쁜 소식, 제1장 참조). 순국 107주기를 맞이하여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며,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 받은 나의 본분을 다합시다. 그래서 각자의 처지에 따라 사제이든, 평신도이든, 수도자이든 사회인이든, 내가 살아야 할 올바른 신앙인의 본분을, 참된 사랑 실천의 본분을 다하도록 힘껏 노력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