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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화를 일구는 사람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2017/08/17  11:24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2017. 08. 15. 계산주교좌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성모님께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승천대축일’이면서 우리 민족이 일제 36년간의 압박에서 해방된 ‘광복절’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쁘고 복된 날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 곳곳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성모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코린토 1서 15,20-27)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21-22)
이와 같이 최초의 여인인 하와의 불순종으로 이 땅에 죽음이 왔다면 새로운 여인인 성모 마리아의 순종으로 구원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구원의 역사와 교회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가지시는 성모님의 승천에 관한 전승은 오랜 세기 동안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믿을 교의로 선포된 것은 1950년 교황 비오 12세께서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이라는 회칙을 발표하심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그 영혼과 육신이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 
우리말로는 ‘성모승천’과 ‘예수승천’에 있어서 ‘승천’이라는 말이 똑 같은 말로 들리지만 라틴말로는 구별이 됩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능동적으로 ‘Ascensio’(올라감)라고 표현하지만, 마리아의 승천은 수동적으로 ‘Assumptio’(올림을 받음. 영;Assumption)라고 표현합니다. 곧 예수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 우리나라는 성모승천을 ‘성모몽소승천’(蒙召昇天)으로 표현하였었습니다. 
오늘 미사의 감사송에서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의 아드님께서 동정 마리아의 몸에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태어나셨기에, 주님께서는 마리아께 무덤의 부패를 겪지 않게 섭리하셨나이다.’ 하고 기도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으로 하여금 무덤의 부패를 겪지 않도록 지상 생애가 끝나자마자 그 영혼과 육신을 하늘나라에 불러올리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하느님께 온전히 받아들여졌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맡기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에 온전히 참여하셨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이 성모승천 교의가 우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가톨릭교회교리서 966항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동정녀의 승천은 당신 아들의 부활에 특별히 참여한 것이며,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을 앞당겨 실현한 것이다.”
그래서 성모 승천은 우리 믿는 모든 사람의 구원과 그 충만함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신앙고백’을 통하여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이 근본적인 희망이 마리아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은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광복절 이상으로 기쁘고 의미 있는 날인 것입니다.
그리고 성모승천은 성모님께서 하늘에서도 우리를 위해 전구해주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님께서는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당신의 수많은 전구로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신다.”고 교회헌장 62항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에 올림을 받으시고 하느님 곁에 계시는 성모님께 우리의 기도를 즐겨 드리는 것입니다. 
올해는 특별히 파티마 성모발현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년 전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죄인들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와 주변 정세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오늘이 광복절입니다만, 72년 전 광복이 되자마자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야만 했었고 그 후 한 번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립으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접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볼 때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아주 침착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칭찬하는 말인지, 아니면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은 대단히 좋지 않은 상황이고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하는 상황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성모님의 뜻대로 죄인들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다들 묵주기도 매일 바치시지요? 자신과 자기 가족들을 위해서만 바치지 마시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평화를 일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너와 나의 평화, 우리 이웃과의 평화,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 즉 나의 가정과 단체, 본당 안에서의 평화부터 가져오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 평화를 위해 무언가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미사 끝에 김정철 시몬 신부님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선교사로 파견하는 예식을 거행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김신부님과 우리 선교사 신부님들을 늘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여, 우리 교구와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