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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 안에서 일치의 신비를! (2018 대구성령축제 미사 강론)
   2018/05/31  14:31

2018 대구성령축제


2018. 05. 26. 삼위일체대축일

 

찬미예수님! 오늘 2018년 대구 성령축제를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2000년 전 오순절 날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던 그 성령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내리시어 하느님께서 바라시고 또 여러분들이 바라는 큰 은혜를 받으시기를 빕니다. 
어제 제주교구의 전임 교구장이신 김창렬 주교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대구에 성령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김 주교님께서 9일기도를 바치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랍고 감사할 일입니까!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 다음 토요일 오후이기 때문에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찬미하고 흠숭합니다. 하느님께서 성부 성자 성령으로 계시지만 각기 다른 하느님이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 삼위일체 교리는 이성적으로, 또 산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구세사를 통하여 삼위로 우리들에게 나타나셨고 또 그렇게 가르침을 주셨던 신비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삼위로 계시지만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이루고 계신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좋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무엇보다도 일치의 신비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분열되어 고통을 받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수많은 가정이 그렇고, 교회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습니다. 부부가 하나가 되어야 하고 가족이 하나가 되어야 하며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 하고 우리나라의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이 모든 것이 성령의 은혜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사도들이 성령을 받고 성령으로 가득 차 밖으로 나가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데 거기에 모인 외국인들이 각자 자기 나라 말로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십니다.
창세기 11장을 보면 바벨탑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하늘에 닿을 탑을 쌓다가 하느님의 분노를 사게 되고 탑은 무너지고 맙니다. 그로 인하여 사람들이 세상에 흩어지고 서로 말이 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벨탑 사건은 인간의 교만과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전 성령강림으로 인하여 민족이 다르고 말이 달랐지만 하나의 신앙을 고백하게 되었고 하나의 교회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일입니까! 
지금도 우리는 우리가 하나가 되고 교회가 하나가 되며 세상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성령께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또한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지지 않으면 하나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예수님의 이 지상명령과 같은 말씀을 즉시 실천하지 못하였습니다. 비로소 성령을 받고서야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가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사도들은 성령을 받기 전까지는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느 집에 모여서 문을 잠가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들이었는데 어느 날 거리에 나타나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들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그분이야말로 우리의 주님이시다.”라고 떠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사람이 이렇게 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당시 예수가 주님이시라고 말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이렇게 변화되었다는 것은 분명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무슨 일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는 것이고, 둘째는 성령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써 살아갈 힘을 얻었고, 그분께서 주시는 성령을 받음으로써 믿음의 확신을 갖고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님 부활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사도들의 변화된 삶이었습니다. 오늘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고 증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들의 변화된 삶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나를 만드셨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말로써 설명한다고 오늘날 사람들이 잘 믿지 않습니다. 
가끔 서울역에 가면 역 광장에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마이크를 잡고 설교하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변화된 삶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보여줘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성령을 받으시고 사도들처럼 변화된 삶을 통하여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도 오늘 성령을 받으시고 모두 새사람이 되시고 용기를 내어 변화된 삶, 주님을 증거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작년 11월 19일부터 올해 11월 11일까지가 한국천주교회 ‘평신도 희년’입니다. 한국 평협 5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선포되었고 전대사가 주어지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번 평신도 희년의 주제는 “복음화의 증인 –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참조)입니다. 
요즘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당선되겠다고 운동을 엄청나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서로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난리인데 반면에 우리 교회 안에서는 서로 간부를 안 하려고 하니 본당신부님들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구역 반장 뽑기도 어렵고 레지오 단장 뽑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게 감투가 아니라 봉사자이고 일꾼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선거에 나오는 사람들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그래서 선거에 나왔다고 합니다. 과연 봉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날 진정한 봉사자가 필요합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봉사할 사람이 없으면 교회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들의 손과 발을 빌려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사도들을 뽑으신 것처럼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일꾼으로 뽑으신 것입니다. 뽑으신 이유는 복음화의 증인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분들은 이제 주님의 일꾼이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이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내며 증거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말씀인,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다시 한 번 듣겠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