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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젊은이여, 일어나라 (파스카청년성서모임 40돌잔치 감사미사 강론)
   2016/06/10  10:9

파스카청년성서모임 40돌잔치 감사미사


2016. 06. 05.(연중 제10주일) 범어대성당

 

먼저 올해로 대구대교구 ‘파스카청년성서모임’이 출범 40년을 맞이한 데에 대하여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파스카청년성서모임을 이끌어주시고 많은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또한 지난 40년 동안 헌신해주신 역대 지도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수많은 봉사자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교구 파스카청년성서모임은 그 연혁을 보니까 1976년 6월 5일에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의 소 스텔라 수녀님의 지도 아래 ‘가톨릭 성서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모임은 1972년 서울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에서 시작한 서울 교구 가톨릭 성서모임의 체계와 공부 방식을 모델로 하여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후 한 20년 전부터 전담신부가 발령이 나고 특히 창세기 연수를 시작으로 성경 연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실시하면서 파스카청년성서모임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수를 통하여 수많은 말씀 봉사자를 양성하였으며, 그 봉사자들을 통하여 청년성서모임은 많은 성장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초창기 멤버들과 그동안 헌신하셨던 봉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세기 동안 교회 안에 있었던 가장 큰 사건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여지없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 하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새로운 성령강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교회에 많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그 바람이 각 나라, 각 지방 교회에까지 번져가는 데는 많은 해가 걸려야 했습니다. 4년 전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년을 맞이해서 ‘신앙의 해’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 11월 20일까지는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해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의회 정신이 교회 안에 펴져나가도록 하고 하느님 백성들 마음 안에 심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0년 전 대구대교구 청년성서모임이 출발했던 그날이 바로 성령강림대축일이었습니다. 말씀과 성령은 이렇게 같이 갑니다. 말씀이 있는 곳에 성령이 있고 성령이 있는 곳에 말씀이 있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성모님과 사도들이 어느 2층 방에 모여 기도하고 있는데 성령께서 내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성령을 받아 예수님의 말씀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고 용기백배하여 밖으로 나가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가 출발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과 성령과 교회는 같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까지 신자들은 말씀을 직접 접하거나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성경은 성직자와 수도자의 몫이었고 성경공부와 성경 가르침은 그들의 권한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성경공부에도 변화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성직자, 수도자만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성경을 읽고 성경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경공부는 권위 있는 지도와 바른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오늘날 직접 나서서 성경공부와 성경사도직을 지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하에서 가톨릭성서모임들이 탄생한 것입니다. 
 
오늘 40주년 돌잔치를 맞이하여 축하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성서모임이 본래의 취지대로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성경 사도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성찰해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성경모임을 하면서 참으로 말씀을 가까이 하고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을 만나며 그분의 가르침을 깨닫고 있느냐, 그리고 말씀을 일상생활 안에서 실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느냐 하는 점들을 성찰하여야 할 것입니다. 
2013년 3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그 해 11월 24일 ‘신앙의 해’를 마치면서 발표하신 첫 교황권고가 ‘복음의 기쁨’입니다. 이 ‘복음의 기쁨’ 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 방향이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오늘날 현대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말씀의 중요성과, 이 말씀을 어떻게 선포할 것이며 말씀 선포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 174항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복음화는 말씀에 기초하고 그 말씀을 경청하고 묵상하고 실천하고 거행하고 증언합니다. 성경은 복음화의 원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씀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아야 합니다. 교회가 끊임없이 스스로 복음화되지 않는다면 복음화하지 못합니다. 하느님 말씀이 반드시 점점 더 온전하게 모든 교회 활동의 중심이 되게 하여야 합니다.”
모든 복음화는 말씀에 기초하여야 하고 그 말씀을 경청하고 묵상하고 실천하고 거행하고 증언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씀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바로 우리 젊은이들이 말씀을 경청하고 말씀을 공부하여 진정한 말씀의 봉사자가 되어 세상 복음화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회가 스스로 복음화되지 않으면 세상을 복음화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말씀으로 무장하고 말씀으로 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입니다.’(마태 12,34)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파고들 그 말씀이 우리 자신을 먼저 파고들도록 해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150항)
 
사도행전 3장을 보면, 베드로 사도가 성전 문 곁에 앉아 구걸하고 있는 불구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금도 은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일어나 걸으시오.”
베드로 사도가 가진 것은 금도 은도 아니었습니다. 가진 것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우리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요 예수 그리스도인 것입니다. 
옛날과 사정이 좀 달라지긴 하였지만 오늘날에도 참된 말씀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우리를 통하여 말씀이 전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가지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습니다. 줄 것이 있어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줄 것을 마련해야 합니다. 줄 것도 마련하지 않고서 줄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말씀을 전하기 전에 말씀을 우리 마음 안에 받아들여야 하고 말씀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진정한 말씀 선포자, 말씀 봉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말씀을 가까이 하고 말씀을 공부하며 묵상하고 실천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7,11-17)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젊은이여,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