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밥처럼 옹기처럼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성모상 및 천사상과 십사처 축복식 강론) |
2019/06/18 11:0 |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성모상 및 천사상과 십사처 축복식
2019. 06. 15(토)
작년 3월 27일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그 후 1년이 좀 지났습니다만, 오늘은 성모상과 천사상, 그리고 십자가의 길 십사처 축복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모상은 대구가톨릭경제인회에서 후원하셨고 천사상 두 개와 십자가의 길 14처는 여러 독지가 분들이 하나씩 후원해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들을 만드신 작가는 정미연 소화 데레사 씨입니다. 작년까지 2년에 걸쳐서 대구주보 표지 그림을 매주 그리셨던 분입니다. 그림만이 아니라 조각도 이렇게 잘 하시는 것을 보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 작품들은 매일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시는 가운데서 나온 것입니다. 얼마 전에 경주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또 부군이신 소산 박대성 바오로 형제님의 작품이 있는 경주 솔거미술관을 방문하였는데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신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10주기 되는 날인 지난 2월 16일에 대구 계산주교좌성당에서, 그리고 이곳 추기경 공원에서, 그리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추모미사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 공원에 성모상과 천사상, 그리고 14처를 설치하고 축복식을 갖게 되는데, 선종 10주기를 맞이하여 아주 뜻깊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원이 더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공원을 조성한 지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지만 갈수록 방문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좀 더 자라면 아주 아름다운 공원이 될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1922년 5월 8일 대구 교구청이 있는 남산동에서 태어나셨습니다. 5월 8일이 음력이니까 지난 월요일이 그날이었습니다. 생신 가까이에 축복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돌아가시기 2년 전인 2007년 4월 29일에 대구에 오셔서 교구청에서 주무시고 그 다음 날 있었던 최영수 대주교님 교구장 착좌식과 저의 보좌주교서품식에 참석하시고 축사도 해주셨습니다. 그러셨던 분인데 2년이 채 안 되어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1951년 9월에 계산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으시고 대구교구 사제로 15년을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1966년에 마산교구 초대 주교로 가셨다가 2년 후인 1968년에 서울대교구장으로 가셔서 그 다음해에 추기경에 서임되어 서울교구장으로 30년을 일하셨습니다. 1998년에 은퇴하신 후 11년을 사시다가 선종하셨던 것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현직에 계실 때 가끔 대구에 내려오셨습니다. 매년 9월 28일이 되면 꼭 대구에 내려오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날이 형님이신 김동한 가롤로 신부님의 기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김동한 신부님은 추기경님보다 세 살 위의 형님이시고 추기경님의 성소에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이십니다. 이곳 군위 용대리에서 같이 뛰어놀고 같이 자랐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형님이 먼저 신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형님이 자랑스럽고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동한 신부님은 제가 70년대에 화원본당 신학생이었는데 그 당시 저희 본당 신부님이셨고, 지금의 대구요양원의 전신인 결핵요양시설 ‘춘광원’ 초대원장을 하셨으며 지금의 밀알후원회를 시작하신 분이십니다.
서울교구에서는 추기경님 살아계실 때 ‘옹기장학회’를 만들었고 추기경께서 돌아가신 지 1주년 되었을 때 ‘바보의 나눔’이라는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옹기장학회’는 북한 선교의 뜻을 가진 신학생들을 돕는 장학회이고, ‘바보의 나눔’은 추기경님의 나눔 정신을 받들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만든 법인입니다.
‘옹기’는 추기경님의 호이기도 한데 추기경님의 아버님이 옹기장수였습니다. 옛날 순교자의 후손들이 옹기장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보’는 추기경님께서 스스로를 ‘바보야!’ 하고 불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보’가 무엇입니까? ‘바보’는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추기경님이 잘 생기신 얼굴은 아니지만 당신의 닉네임처럼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보의 정신은 자기 것을 아까운 줄 모르고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주고, 속는 줄 알면서도 상대를 위해서 속아주는 그런 정신을 말합니다. 추기경께서는 당신의 사목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처럼 그렇게 사셨습니다. 예수님처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내어주는 삶, 모든 이의 밥이 되어주는 삶을 사셨던 것입니다.
이번에 10주기를 맞이하면서 매일신문사에서 경상북도와 군위군의 후원을 받아 ‘밥처럼 옹기처럼’이라는 뮤지컬을 올린다고 합니다.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님과 김영만 군위군수님과 매일신문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우리가 거의 동시대에 살았고 이런 분을 7,80년대와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지도자로 모시고 살았었다는 것은 참으로 우리와 우리 사회와 우리 교회에 영광이고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추기경께서는 마지막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란 말씀을 남기셨는데, 그 말은 정작 우리가 추기경님께 하고 싶은 말, 해야 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10년 전 추기경님 선종 사흘 째 되는 날 명동성당으로 조문을 갔었는데 성당 입구 어느 홀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렇게 썼습니다.
“추기경님, 당신은 우리들의 모범이십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