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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에서 생명으로 (최영수 요한 대주교 선종 10주기 추모미사 강론)
   2019/09/02  23:54

최영수 요한 대주교 선종 10주기 추모미사

 

2019. 08. 31 계산주교좌성당

 

10년 전 2009년도에는 우리 모두가 알 만한 사람들이 몇 분 돌아가셨습니다. 그 해 2월 16일에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고, 전직 대통령 두 분이 5월과 8월에 각각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끝자락인 8월 마지막 날에 오늘 우리가 특별히 기리고자 하는 최영수 요한 대주교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최영수 대주교님께서는 1970년 11월에 사제서품을 받으셨으니까 내년이 사제서품 금경축이 됩니다. 그리고 2001년 2월에 우리 교구 보좌주교로 서품 받으셨고 2006년 2월에 승계권 있는 대주교로 서임되셨으며 2007년 4월에 제9대 교구장으로 착좌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2009년 8월 31일에 선종하셨으니 연세가 68세의 나이로, 그리고 교구장으로 착좌하신 지 2년 반 만에 하늘나라에 가신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그리고 세상적으로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68세라면 그렇게 많지 않은 연세에 돌아가신 것이고, 또 교구장으로서 당신이 하시고자 마음먹었던 계획들이 있었을 터인데 그 뜻을 펼치지 못하시고 가신 것이 아닌가 싶어 더 안타깝게 다들 생각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오늘 제1독서인 지혜서 말씀이 우리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의인이 때 이르게 죽더라고 안식을 얻는다.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는다. 사람에게 예지는 곧 백발이고 티 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이다.”(지혜 4,7-9)

사람의 영예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지를 가지고 하느님 안에서 티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최대주교님께서는 그렇게 사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제가 1998년 여름에 교구 사제 인사발령으로 사목국에 들어왔을 때 최대주교님께서는 그 당시 대구평화방송 일을 맡아서 하시고 계셨습니다. 그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11년 동안 가까이에서 모시고 지냈었습니다.

최대주교님은 한 마디로 신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태도와 삶을 분명히 하시면서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후배 사제들을 사랑하시고 또 같이 어울리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2007년 4월 교구장으로 착좌할 즈음에 암이 재발하시어 돌아가실 때까지 암과의 사투를 벌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1년 이상을 교구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다 하셨고 그 후 투병생활만을 하실 때에도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이 분명 있었을 터인데 한 번도 그에 대한 불평을 하시지 않으셨고, 또 누구를 원망하는 일도 없으셨습니다. 그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헌하셨던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성모님께 대한 의탁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대주교님의 주교문장을 보면 성모님의 푸른 망토가 주교의 예모와 십자가를 감싸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이 당신의 사목표어대로 ‘그리스도와 함께’ 하면서 모든 것을 자애로우신 성모님께 의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최영수 대주교님께서는 오늘 지혜서 말씀처럼 ‘하느님 마음에 들어 그분께 사랑받던 그분은 (하늘로) 들어 올려진 것’(4,10-11)입니다.

 

오늘 최영수 요한 대주교님의 선종 10주기를 맞이하여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더욱 공고히 다지면서 최대주교님처럼 우리도 장차 주님 안에서 영생을 누릴 그날을 굳게 소망하며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요한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