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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바울로 대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삼우미사 강론)
   2021/03/22  11:23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삼우미사

 

2021 03 19.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가톨릭 군위묘원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 선종하신 지 오늘로 6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3월 19일로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이기도 합니다. 요셉 성인은 성가정의 수호자이시며 교회의 수호자이시고, 임종하는 이들의 수호자이십니다. 성 요셉 대축일을 맞이하여 성인께서 우리 이 바울로 대주교님을 잘 지켜주시고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보편 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 선포 150주년을 기념해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를 반포하시면서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 12월 8일까지 1년을 요셉 성인을 기리는 ‘성 요셉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3년 3월 13일에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바로 오늘 성 요셉 대축일에 즉위식을 가졌습니다.

요셉 성인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지상 교회의 최고의 목자로 모시고 따르고 있는 우리 교회를 늘 보호해 주시고, 세상의 모든 가정, 특히 어려움에 처한 모든 가정을 지켜주시도록 기도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임종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 안에 안길 수 있도록 요셉 성인의 전구를 빌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이 미사를 통상 ‘삼우미사’라고 합니다만, ‘삼우(三虞)’는 장사를 지낸 지 삼 일째, 혹을 세 번째 지내는 제사를 말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관습입니다. 옛날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상을 지내기도 하였습니다만 요즘은 삼우를 지내면 상주들이 상복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관습을 받아들여 오늘날에도 ‘삼우미사’라고 부르지만, 같은 위령미사인 것입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이미 하느님 곁에서 영생을 누리고 계시리라 믿고 있지만, 오늘 이 미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대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장례기간 동안에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특히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오랜 병실생활 동안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신 대구가톨릭대학병원과 전인병원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의료진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이 대주교님의 손발이 되어주신 백경옥 교수님과 간병인 분들에게도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교구에는 아직 교구 역사관이 없습니다. 장차 새로운 교구청사를 마련하면 지금 본관으로 쓰고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역사관으로 꾸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대주교님의 유품이 교구청에도 있지만 숙소에 무엇이 남아있는지를 보기 위해 지난 월요일에 숙소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때 백경옥 교수님께서 이 대주교님의 방에 있는 컴퓨터에 남아 있는 시 한편을 보여주었는데, 이 대주교님께서 마지막으로 쓰신 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왔는데, 읽어 드리겠습니다. 제목은 ‘구름이 낮아지더니’입니다.

 

구름이 낮아지더니

유리창에는 눈물이 흐른다.

 

골목에도 행적이 끊기고

집집마다 창은 닫혀 있고

 

나무도(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골목길을 서성인다.

 

혹시라도 추억이 있을까 포켓에서

종이를 꺼내서(꺼내어) 보아도

잊어버린 전화번호는 다시 찾지 못한다.

 

이렇게 골목길을 지나가는가 보다.

대로에 서서 버스를 터고 떠나야겠다.

 

17. 8. 14. 이문희

 

찾아볼 누구도 생각나질 않지만

만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날짜와 당신 성함을 쓰시고 난 후에 한 말씀을 덧 붙였는데, 이것은 이 시에 대한 당신의 느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출판되지 않은 이 대주교님의 유작들을 정리하여 올 11월 30일에 출판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번에 교구에서 이 대주교님 추모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추모 게시판에 이 대주교님의 시를 가지고 예수성심시녀회의 강 베로니카 수녀님이 작곡한 노래 두 곡이 올라와 있는 것을 어제 보았습니다. 하나는 제가 장례미사 강론 때 들려드린 ‘고독한 기도’이고, 또 하나는 ‘복덩이의 고향’이라는 노래입니다. 예수성심시녀회 수녀님들이 노래한 것인데, 내년 1주기 미사 때 수녀님들이 직접 다시 불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주교님의 시나 글을 읽을 때마다 참으로 좋은 묵상과 기도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그저께 장례미사 강론 마지막에 유언장 이야기를 하였는데 묘지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주교님께서 군위묘지로 가시겠다는 뜻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고, 또 이미 2013년 8월부터 선종하신 신부님들이 이곳 군위묘원으로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군위묘원은 이 대주교님께서 30여 년 전에 추진하여 만드신 것이고, 또한 이 대주교님의 부모님과 백씨께서도 이곳 군위묘원에 계시기 때문에 더욱 원하던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성 요셉 대축일’을 맞이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대주교님께서는 요셉 성인을 많이 닮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셉 성인은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의로운 사람이고 믿음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성실한 아버지이시며, 겸손하고 조용한 분이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는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도 요셉 성인처럼, 그리고 이 바울로 대주교님처럼 변치 않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주님, 이 바울로 대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이 바울로 대주교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