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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 강론)
   2021/10/18  16:3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

 

2021. 10. 17. 계산주교좌성당. 연중 제29주일

 

오늘 우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이곳 주교좌계산성당에서 봉헌하고 있습니다.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도 신부님들이 오늘, 같은 지향을 가지고 교중미사를 드리고 계실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주일인 10월 10일에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개막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우리 교구도 교구 시노드를 두 차례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 계실 때 1997년부터 1999년까지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제1차 교구 시노드’를 약 2년간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교구장이 되고 난 뒤인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약 1년 반 동안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하여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습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라고도 불리는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날 무렵에 설립되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공의회 회기 중인 1965년 9월 15일에 자의교서 ‘사도적 염려’를 반포하시며 ‘세계주교시노드’를 설치하셨던 것입니다. 이 주교시노드는 대의원 주교님들이 교회의 주요한 안건들을 논의한 것을 교황님께 건의하는 자문기구입니다.

주교시노드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 그리고 특별회의로 구분되는데, 지금까지 정기총회 15회, 임시총회 3회, 특별회의 11회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개막하는 주교시노드는 제16차 정기총회가 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소집하신 주교시노드는 지금까지 네 차례 있었습니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가정’ 관련 시노드가 있었고, 2018년에는 ‘청년’을 주제로 시노드가 있었으며, 2019년에는 ‘아마존 주교 시노드’가 있었습니다.

이번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원래 내년 10월로 예정되어있던 본회의 일정을 2023년 10월로 미룸으로써 2년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노드는 교구와 대륙과 세계라는 3단계로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세계의 모든 지역교회, 즉 각 나라의 교구에서부터 주제가 논의되어야 합니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에서 지난 달에 발표한 ‘예비문서’를 보면, 이번 시노드에서 다루어져야 할 10가지 핵심 소주제가 나옵니다. 그 주제들에 대해서 본당과 각종 단체와 수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1월말까지 교구로 보내주면 교구에서 사제들의 의견과 함께 종합하여 2월말까지 한국천주교주교회의로 보내는 방법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한국주교회의는 그것을 다시 정리하여 아시아주교회의로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주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For a Synodal Church: Communion, Participation, and Mission)’입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가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라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지금까지 ‘공동합의성’이라 번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있었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을총회에서 이 단어를 굳이 번역하지 않고 라틴어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공동합의성’이라고 하니까 교회 사목의 모든 건에 대하여 공동합의를 해야만 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시노드(Synod)’라는 말에서 나온 신조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노드’는 ‘함께 길을 간다,’ ‘함께 길을 가는 여정’이라는 뜻입니다. 교회 지도자나 사목자가 혼자서 결정을 다 내리고 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 즉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만나고 경청하고 식별하는 과정을 밟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공동 식별 여정’, ‘함께 가기’, ‘동반 여정’ 등으로도 번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단어도 이 말의 의미를 다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원어대로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노드의 주제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으로 번역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년 10월 17일에 있었던 ‘주교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말씀하시길,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바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신도와 수도자와 성직자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함께 길을 걸어가자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4-7)

은사는 성직자 한 사람이 독점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이 각자 받은 은사가 다를지라도 서로가 받은 은사를 존중하고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은사는 교회 공동체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주일 개막미사에서 시노드 여정의 특징인 ‘만남’과 ‘경청’과 ‘식별’을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만남의 장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시며, 이는 ‘하느님께 열린 마음, 성령께 대한 경청,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개방성이 요구된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참된 만남은 온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경청하는 자세를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하시고, ‘만남과 경청은 식별의 단계로 이어진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 말씀대로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더 나아가 성령께 귀를 기울이며 이 시노드에 참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루카복음 24,13-35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사흘 째 되는 날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다가 해가 저물어 어떤 집에 들어가 감사기도를 드리고 빵을 떼어 나누었는데 그때에야 제자들이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미 사라지셨지만 그들은 큰 감동을 받고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그들이 보고 듣고 만난 일을 이야기하였던 것입니다.

이 엠마오 사건 안에서 우리는 만남과 경청과 식별, 그리고 친교와 참여와 사명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를 이끄시는 성령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10월 9일에 있었던 개막연설을 통하여 이번 주교 시노드 과정 중에 경계해야 할 세 가지 사항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형식주의(formalism)’와 ‘주지주의(intellectualism)’, 그리고 ‘현실안주(complacency)’입니다. 아시다시피 형식주의는 내실을 다지지 않고 형식만 갖추는 것을 말하고, 주지주의는 문제에 대하여 추상적인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안주는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든가, ‘해봤자 바뀌지 않아.’라는 식으로 지금 현재의 삶에 안주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백성 모두가 진실한 마음과 자제로 이번 시노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경청하며 식별하는, 그야말로 ‘은총의 시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