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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랑스러운 주님의 사제들 (성유축성미사 강론)
   2022/04/15  9:33

성유축성미사

 

2022. 04. 14. 범어대성당

 

아직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펜데믹 상황이지만, 성주간 목요일에 교구 내 거의 모든 사제들이 모여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미사 중에 교회가 앞으로 일 년 동안 사용할 ‘병자성유’와 ‘예비신자성유’, 그리고 ‘축성성유’를 축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유축성 전에 특별히 신부님들의 서약 갱신이 있을 것입니다. 모든 신부님들은 자신이 예전에 사제품을 받았던 그때를 기억하며 주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사제 직무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우분들은 오늘 서약 갱신을 하시는 신부님들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올해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이하시는 최현철 파비아노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로 사제서품 60주년 회경축을 맞이하시는 신부님이 두 분 계십니다. 정재완 니콜라오 신부님과 김상목 다미아노 신부님이신데, 두 분을 위해서도 열심히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성경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무슨 일을 하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또한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 제자로 불러주시고 사제로 세워주신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드러내주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성경말씀처럼 주님께서는 일찍이 신부님들을 선택하시어 기름을 부어 주셨습니다. 또한 당신의 영을 보내 주시어 천상능력을 드러내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재 대신 화관을, 슬픔 대신 기쁨의 기름을, 맥 풀린 넋 대신 축제의 옷을 입혀주게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주님께서 하시던 일을 우리 신부님들이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부님들을 ‘주님의 사제들’이라 불리고, ‘우리 하느님의 시종들’이라 불릴 것이라 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제의 품위만큼 소중하고 영예로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성인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떤 욕심이나 사사로운 마음을 가지고 사제가 된다면 하느님 앞에서 이처럼 가련하고 불쌍한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를 포함하여 저희 사제들이 더욱 예수님을 닮은 사제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시노드 중에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년 10월에 있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위한 준비모임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노드는 세계주교대의원들만 모여서 회의를 하고 교황님께 건의문을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교회로부터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시노드의 주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말이 ‘시노드 정신’으로 번역된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라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에는 ‘공동합의성’이라고 번역을 하였다가 문제가 있어서 그냥 ‘시노드 정신’으로 번역을 한 것입니다. ‘시노달리타스’는 ‘시노드(Synod)’라는 말에서 나온 신조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노드’는 ‘함께 길을 가다,’ ‘함께 가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나면서 ‘세계주교시노드’라는 기구가 설립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년 10월 17일에 있었던 ‘세계주교시노드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말씀하시길,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바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때부터 ‘시노달리타스’라는 말이 교회 안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일찍이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께서는 ‘교회와 시노드는 동의어이다.’(시편 149편 해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노드’라는 말은 교회 초창기부터 사용되었던 말이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

요점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행하는 것은 교회의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반적이며 근본적인 행동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 지도자나 사목자가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 즉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만나고, 함께 걷고 경청하며 식별하는 과정을 밟으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교회가 살아가야 할 방향은 시노드적인 교회인데,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하여 서로 나누라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깊이 경청하고 서로에게 배우며 타인이 받은 은사들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도우며 함께 결정을 내린다면 그곳이 어디든 그곳에는 이미 시노달리타스가 실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교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이 시대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본래의 삶을 살고 사명을 잘 수행할 방식을 찾고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의견들을 많이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아진 의견들을 교회가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 자신부터 모범적으로 실천하며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계주교시노드를 개최하면서 주교들만이 아니라, 세계 온 교회의 백성들로 하여금 본당과 단체와 각종 모임에서까지 시노드 모임을 하도록 하신 것은 우리 모두가 시노드적인 사고와 정신을 가지기를 바라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미 제삼천년기에 접어든 오늘날 교회가 현실적으로 처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 세상 복음화와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이에 발을 맞추어 더 좋은 교회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를 늘 고민하고 기도하며 서로 만나고 경청하며 공동 식별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 신부님들이 하느님과 백성들로부터 ‘자랑스러운 주님의 사제들’이라 불리고, ‘우리 하느님의 시종들’이라고 진정 불리리라 생각됩니다.

 

“하느님, 성령의 도유로 성자를 주님이신 그리스도로 세우셨으니, 저희도 함께 축성하시어 현세에서 구원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아멘.”(성유축성미사 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