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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당신들에게, 당신들은 나에게 (까말돌리 한국 수도원 경당 축복미사 강론)
   2022/05/16  11:19

까말돌리 한국 수도원 경당 축복미사

 

2022. 05. 12. 김천시 증산면 황점리

 

까말돌리(Camaldoli) 수도원은 베네딕토 총연합회에 속하는 수도회로서 로무알도 성인(952-1042)께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1110M 산 위에 최초로 세운 은수 수도회입니다.

그런 까말돌리 수도회가 2012년에 창립 10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진출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한국 수도원 원장으로 최성혜 마르타 수녀님이 선임되었고, 다섯 분의 수녀님들이 2015년에 한국에 진출하였던 것입니다. 왜관 성 베네딕토 수도원의 박현동 아빠스님의 도움으로 우선 대구 대명동과 서울 서초동의 수도원 소유의 집에 임시로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계획은 경기도 남양주에 수도원을 지으려고 하였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천시 증산면 황점리에 있는, 우리 교구 소유의 옛 장자터 교우촌 땅을 제시하였습니다. 한 1년 반 전에 저와 보좌주교님과 여운동 관리국장 신부님, 그리고 박현동 아빠스님과 최 마르타 수녀님이 장자터 땅을 답사하였는데 다들 좋다고 하여 그 땅에 수도원을 짓는 것을 추진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수도원을 지을 때까지 수녀님들이 머물 임시 숙소가 필요하고 미사를 드릴 경당이 필요하여 오늘 그 임시 숙소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경당을 마련하여 이렇게 축복미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참으로 혼란스럽고 각박한 세상에 살면서 오로지 기도하고 은수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황점 장자터에 본 수도원을 지을 때까지 많은 어려움과 수고가 따를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우리 주님께 맡겨드리며 성모님과 많은 성인들께서 도와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수도원이 들어설 자리는 옛날 조선시대 때 충청도와 전라도 등지에서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숨어 들어와 살았던 교우촌이었습니다. 그러나 박해가 끝나고 사람들이 산 밑의 마을로 내려오게 되었고, 특히 6.25 한국전쟁 전후로 해서 사람들이 그곳에서 다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는 빨치산이 활동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께서 한 30여 년 전부터 장자터 땅을 매입하였습니다. 옛날 순교자들과 교우촌을 생각하면서 무언가 의미 있는 곳으로 가꿀 뜻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 뜻을 이번에 까말돌리 수도원이 이곳에 진출함으로써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문희 대주교님께서는 작년 3월 14일에 86세의 일기로 하느님 나라에 가셨습니다. 이 미사 중에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께서 까말돌리 수도자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께서는 한국교회와는 큰 인연이 있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신유박해(1801년)로 인하여 교회가 초토화되었습니다. 사제가 한 사람도 없었고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숨어서 엄청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성 정하상 바오로와 성 유진길 아우구스티노입니다. 정하상 바오로 성인께서는 북경을 아홉 번이나 다녀왔었고 교황님께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께서 그것을 읽고 눈물을 흘리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교황님께서는 1831년 9월 9일에 조선교구를 설립하고 파리외방전교회에 조선 선교의 임무를 맡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1대 교구장으로 브르기엘 소 주교님을 임명하셨는데 주교님께서는 조선에 입국하려고 하시다가 과로와 질병으로 만주 소팔가자 교우촌에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제2대 교구장으로 임명받은 앵베르 범 주교님은 1837년 12월에 조선에 입국하였지만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 그 해 9월 21일에 모방 신부님과 샤스탕 신부님과 함께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그리고 정하상 바오로와 유진길 아우구스티노는 바로 그 다음 날 서소문 밖에서 순교하셨던 것입니다.

하여튼 이렇게 우리 선조들과 선교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세워진 교회가 한국천주교회이고, 이곳 황점리도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3,16-20)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에 하신 첫 번째 고별사 말씀에 속하는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요한 13,20)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이 ‘사도’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사도는 ‘파견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복음의 증인으로 세상에 파견된 사람입니다.

우리들도 파견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제자요 사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까말돌리 수도자들이 한국에,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구대교구에 파견되었습니다. 파견되었다는 것은 이곳에서 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파견된 사람은 자신을 파견한 분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파견된 사람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수녀님들이 이곳에 마땅한 터전을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터전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EGO VOBIS, VOS MIHI(나는 당신들에게, 당신들은 나에게)”(까말돌리 수도원 모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