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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사제 (사제성화의 날 미사 강론)
   2022/06/28  13:54

사제성화의 날 미사

 

2022, 06, 24, 예수성심대축일 범어대성당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대축일’이며 ‘사제성화의 날’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해마다 예수성심대축일에 사제성화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제들이 예수 성심을 본받고 성덕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11,29 참조)

이 말씀처럼 우리는 주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세상의 다른 이에게서 배울 것이 아니라, 예수님에게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신 마음, 그 누구도 내치지 않으시고 품어주시는 주님의 성심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15,3-7)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목자는 양 백 마리 중에서 한 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그대로 놓아둔 채 그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선다는 것입니다.

1947년에 이스라엘의 사해 근방에 ‘꿈란 공동체’가 발견되었고, 그곳에서 살았던 에세니파 사람들이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약성경 두루마리가 무더기로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근현대의 성서 고고학계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필사본이 발견된 계기가 된 것은, 바로 베두인족의 어느 양 치는 목자가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섰다가 건너편 동굴에 돌을 던졌더니 ‘댕그랑’ 하고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굴에 들어가 보았더니 수많은 항아리에 성경 두루마리가 담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착한 목자는 20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여전히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온 들판을 헤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양을 찾으면 기뻐하며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통하여 잃었던 당신 자녀를 다시 찾았을 때 느끼시는 하느님의 큰 기쁨을 전하고 계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이며 우리 모두가 닮아야 할 예수 성심의 마음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인 에제키엘 예언서는 이렇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에제 34,15-16)

하느님께서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백성들을 잘 돌보지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리고 사제들이 양들을 잘 돌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기 보다는 집 안에 있는 양도 흩어버리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 밖에 있는 양을 불러오고, 집 나간 양을 찾아나서야 할 사제가 오히려 양으로 하여금 집을 나가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신자 분들이 인사를 하는데도 왜 인사를 안 받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전 10시에 박용욱 신부님이 강의를 하시면서, 부정적인 접근보다는 긍정적인 접근을 하라고 하였는데 제가 그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꾸중보다는 칭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하는데 제가 칭찬보다는 비판을 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여튼 우리끼리니까 이런 말을 이런 기회에 하지 않으면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신부님이 어떤 신부님에 대해서,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사 한 대 더 하는 것이 그렇게도 억울한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어떤 신부님이 평일에 미사를 두 대 하게 되었는데, 안 해도 될 미사를 한 대 더 한 것이 그렇게도 억울해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해가 될 듯도 한 이야기인데, ‘사제가 되어서 미사를 한 대 더 했다고 해서 왜 억울한 일이냐? 오히려 축복된 일이고 은혜로운 일이 아니냐!’ 하고 누가 말한다면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사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몸을 사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지난달 말에 미국의 살롯에서 있었던 ‘미주 사제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남미 볼리비아에서 사목을 하고 계신 세 분의 신부님들도 합류해서 저를 포함하여 열다섯 명이 모였었는데, 하루는 선교와 교포사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다음날에는 오늘날 시노드 주제를 가지고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다들 자신이 맡은 공동체가 크든 작든 나름으로 열심히 돌보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 선교뿐만 아니라 교포사목도 의미와 보람을 찾고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요즘 해외선교와 교포사목에 지원하는 신부님들이 적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새로운 사목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 사제생활에 있어서 큰 경험이 되고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험을 잠깐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제생활 10년이 되었을 때 안식년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이대주교님께서 미국 노스케롤라이나주의 살롯에 가라고 하셨습니다. 살롯은 애틀랜타 한인본당의 공소로 있었는데 제 앞에 원동수 신부님께서 안식년을 받아 1년 동안 계셨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가서 1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공동체 사목회에서 어느 주일 날 미사를 마친 후 투표를 하였습니다. 무슨 투표인가 하였더니 ‘조 신부님을 1년 더 사목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1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투표였습니다. 투표 결과, 저는 1년을 더 있게 되었고, 사목회장님의 이름으로 저희 주교님께 편지를 써서 허락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해 7월이 되어서 교구 사제인사를 통해 후임 신부님께서 살롯에 부임해옴에 따라 저는 1년 7개월 만에 살롯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제가 살롯에 있으면서 매달 나갔던 공소 중의 하나였던 랄리한인공동체에 가서 두 달 정도 머물다가, 영어가 잘 되지 않지만, 그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예루살렘 ‘Ecce Homo’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다녔고 1월 한 달 동안 유럽 몇 군데를 들렸다가 귀국하여 본당에 발령을 받았던 것입니다.

저는 2년가량의 그 경험이 제 사제생활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는데, 고생을 일부러 하라는 말이 아니라, 힘이 들더라도 의미 있는 도전은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날 어딜 가든지 한국이 제일 낫고 제 집이 제일 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발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편교회의 성장과 하느님 백성의 선익을 위해서 사제들인 저희가 헌신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대축일’과 ‘사제성화의 날’을 맞이하여 모든 사제들이 예수 성심을 닮은 착한 목자가 되도록 다시 한 번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루르드의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들의 원의를 아시고 우리 사제들을 위해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