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자비로이 부르시니 (제3대리구 교구장 대리 취임미사 강론)
   2016/09/23  17:40

제3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철재 바오로 신부 취임미사


2016. 09. 21. 월성성당

 

오늘 김철재 바오로 신부님께서 제3대리구 교구장 대리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신부님을 축복하여 주시고 늘 함께 하여 주시길 빕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당신 구원사업에 필요하여 사람을 부르시고 파견을 하시는데, 가만히 보면 부르시는 일에 있어서 당사자와 의논을 잘 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가끔 모세처럼 ‘저는 못 합니다.’하고 꽁지를 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결국 하느님의 명대로 따르게 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부르실 때 보면 당사자와 의논하지 않으시고 즉석에서 그냥 부르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는 별 주저함이 없이 따를 따름입니다. 
오늘 봉독한 마태오복음 9,9-13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마태오라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라라.’ 하시자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로 어부들을 대량으로 차출하셨고, 심지어 열혈당원이나 당시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리까지 제자로 부르시는 것을 보면 제자 선발기준이 없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혹은 예수님 나름의 선발기준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잘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예수님께서는 이런 차별 없는 제자 선발을 통하여 장차 당신 교회는 누구나 받아들이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시는 것 같습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똑똑하다는 사람들을 당신 제자로 뽑으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 구원사업의 충실한 도구로서 헌신할 사람을 뽑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들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당신 도구로 쓰시겠다는 주님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표어가 ‘자비로이 부르시니’입니다. 이것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태오의 부름에 대한 베다 성인의 강론에 나오는 말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청년시절에 처음 사제성소를 받으셨을 때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오를 자비로이 부르시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과 영감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그 후 사제가 되고 주교가 되고 교황이 된 지금까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이끌고 가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우리는 특별히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루카 6,36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호세아 6,6 말씀을 인용하시며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마태 9,13)고 하셨습니다. 자비가 곧 하느님의 뜻인 것입니다. 
오늘 성무일도 독서기도에 나옵니다만, 베다 성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마태오를 육신의 눈으로 보시기보다 자비심에 찬 영의 눈으로 보셨습니다. 한 세리를 가엾이 여기시고는 제자로 택하실 마음으로 바라보시며 ‘나를 따라오라.’ 하고 부르십니다. ‘따라오라.’(는 말은) 즉 나를 ‘본받으라.’(는 말입니다) 발걸음의 동작으로써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로써 따라오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산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거니신 것처럼 거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예수님께서 가지셨던 마음처럼 ‘자비의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비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사제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매일 양들을 생각하고 양들과 함께 살며 그들을 성심껏 돌보는 목자가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한편 지도자는 지도자로서의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권위가 있어야 어떤 단체나 무리를 지도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통상 그 권위라는 것을 힘(Force)이나 권력(Power)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권위는 사람이 가지게 되는 어떤 직함이나 자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권위는 그 사람을 부르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권위를 나타내는 희랍어 ‘카리스마(Charisma)’는 원래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사, 하느님의 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어떤 사람을 당신 일꾼으로 쓰시기 위해서 거기에 필요한 은사를 주시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권위요 힘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교로서, 또 사제로서, 또 어떤 사람은 한 대리구의 교구장 대리로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그 일에 필요한 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은사를 잘 활용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본분에 소홀히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기 성찰과 쇄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제3대리구 교구장 대리로 취임하시는 김철재 바오로 신부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충실히 잘 하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1독서로 봉독한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의 첫 단락을 다시 한 번 들어봅시다.
“형제 여러분,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