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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연의 아침과 창조의 아침 (무학중학교 개교 50주년 기념미사 강론)
   2016/10/01  11:11

무학중학교 개교 50주년 기념미사


2016. 09. 30.

 

무학중학교 개교 5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우리 학교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 특히 설립자이시며 초대 교장 선생님이셨던 이임춘 펠릭스 신부님을 비롯한 역대 교장 선생님들과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동창회 여러분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무학중학교의 ‘무학’이라는 말이 ‘무학산(舞鶴山)’에서 따온 말일 것입니다. 하양읍 뒷산이 무학산이지요? 이 무학산 앞에 그 당시 하양성당의 주임신부였던 이임춘 신부님께서 무학중학교를 세우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임춘 신부님은 학교를 세우기 전에 농장을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1960년대의 우리나라의 경제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보릿고개 아세요? 가을에 수확한 쌀은 떨어졌는데 아직 보리를 수확할 시기는 안 된 봄에 보릿고개가 오는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끼니를 때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에 이임춘 신부님께서는 무학산 기슭을 매입하고 개간하여 목장과 농장을 만들어 하양에 사는 농부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던 것입니다. 
이 무학농장을 세우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크게 도움을 주신 분이 수지 영거(Susie Younger) 여사입니다. 한국 이름으로 양수산나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양수산나 선생님은 스코틀랜드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나셨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이런 분이 1959년에 그 꽃다운 나이에 우리나라에 오셔서 지금까지 사시고 계십니다. 수산나씨가 대구에서 처음 시작한 일이 구두 닦기 소년 같은 근로 청소년들과 직업여성들의 쉼터 제공과 교육이었습니다. 양수산나 선생님은 그 일을 하시면서 이임춘 신부님의 무학농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입니다.
이임춘 신부님은 농장만이 아니라 하양 사람들을 위하여 좋은 학교 하나를 세워야 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그  당시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의 지원을 받아서 1965년 11월에 설립하고 다음 해 3월에 개교한 학교가 바로 무학중학교입니다. 신부님께서는 8년 후에는 대구 계산성당의 배율리아나 할머니의 큰 희사로 이 자리에 고등학교도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임춘 신부님께서는 그 후 29년 동안 학교 일에만 전념하셨습니다. 변변한 교장 사택도 없이 학교 계단 밑의 창고 같은 곳을 당신 집무실과 침실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신부님께서는 온 마음과 온 몸을 바쳐 우리 학교를 좋은 학교의 반열에 올려놓으시고 1994년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오늘 무학중학교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임춘 펠릭스 신부님의 노고를 생각하고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후 우리학교는 제2대 정순용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역대 교장선생님들과 많은 분들의 헌신으로 더욱 좋은 학교로 발전하였습니다. 전에 정순용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교지 ‘학나래’에 실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교육에 대한 그분의 남다른 열정과 소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절로 동터오는 자연의 아침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찾아오고 누워있어도 밝아온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가는 창조의 아침은 땀 흘리고 애쓰는 인고의 세월과, 뜻을 모으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함께 매진하는 줄기찬 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처럼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뜻을 모으고 함께 매진하는 줄기찬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무학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할 뿐만 아니라 설립자 이임춘 신부님과 선배 선생님들의 고귀한 유지를 받들어서 더욱 매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5,13-16)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음식에는 소금이 들어있습니다. 음식에 맛을 내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소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소금이 음식에 맛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녹아야 합니다. 녹지 않고는 소금이 음식 안에 들어갈 수가 없고 맛을 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촛불은 방 안을 비추는 빛을 냅니다. 그런데 그냥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태워서 빛을 냅니다.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는 빛을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이와 같이 우리들도 헌신과 사랑과 봉사로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것입니다. 이 중대한 소임을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학부모 여러분들이 열성으로 다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