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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교자의 후손답게 (순교자 124위 관련 순례지 전대사 선포미사 강론)
   2014/05/19  10:46

순교자 124위 관련 순례지 전대사 선포미사


2014. 05. 17. 복자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오는 8월 16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하여 시복되실 조선왕조시대 순교자 124위 관련 순례지 전대사 선포미사를 이곳 복자성당에서 봉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8월에 있을 교황님의 방한과 시복식을 위해서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드리고, 우리들도 순교자들을 본받아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성인이 103분 계십니다. 이분들이 언제 성인이 되셨습니까? 1984년이지요.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 뜻 깊은 해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몸소 한국에 오셔서 103분의 복자를 성인으로 선포하셨던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의 일입니다.

 30년 전 그 당시 저는 강원도 인제군 원통에서 군종신부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신자들을 버스 한 대에 태우고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있었던 시성식에 참석하였는데, 그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여러분 중에도 그 당시 시성식에 참석하신 분들이 더러 계실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 중에서 큰 박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4대 박해 중에서 가장 먼저 있었던 신유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은 한 분도 성인이 되신 분이 없습니다. 지난 번 1984년에 시성되었던 성인 분들은 모두 기해박해와 병오박해와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분들만 준비가 되어 복자가 되고 성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번 준비가 안 되어 빠져있었던 조선왕조 시대의 순교자 124분을 선정하여 시복을 추진하여 왔고 그 결실을 이제 보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시복될 순교자분들이 어떤 분들이 있는가를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먼저 제사문제로 전주에서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와 그의 이종사촌 권상연 야고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유박해 때 돌아가신 분들 중에는 유명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입국하여 사목하시다가 돌아가신 중국인 주문모 야고보 신부님, 주신부님을 극진히 도와주었던 강완숙 골룸바 여회장님, 성 정하상 바오로와 성 정정혜 엘리사벳의 부친이며 성 유소사 세실리아의 남편인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그리고 전라도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과 그의 아들 유중철 요한과 며느리 이순이 루갈다 등입니다. 

 이밖에도 김대건 신부님의 증조부이며 김종한 안드레아의 부친인 김진후 비오 순교자가 있고, 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도 있습니다.

 124위 중에는 우리 교구의 순교자 20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815년 을해박해 순교자 11분, 1827년 정해박해 때 순교하신 6분,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분 세 분입니다. 을해박해와 정해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은 모두 경상도 북부지방에 사시다가 붙잡혀서 그 당시 경상감영이 있던 대구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고 순교를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들 중에 10분이 대구 관덕정에서 참수되었고 7분은 경상감영 옥에서 고문에 못 이겨 옥사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병인박해 순교자 세분은 경주 산내 진목정 뒷산에서 숨어 사시다가 체포되어 울산 장대벌에서 1968년에 순교하시고 지금은 이곳 복자성당에 누워계시는 것입니다. 

 

 124분의 순교자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 전국의 각 주교님들이 순교자 124위 관련 순례지를 정하고 전대사를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구는 대구의 순교자 20위와 관련하여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순례지로 관덕정 순교기념관과 이곳 복자성당, 그리고 경주 산내의 진목정 성지를 정하였습니다. 전대사를 얻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서는 대구주보에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한티 순교성지와 신나무골성지는 124위 순교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외되었습니다. 한티 관련 순교자 중에 서태순 베드로와 이알로이시오 공사가는 2차로 시복 대상자에 들어갔기 때문에 언젠가 한티성지도 복자를 배출할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이곳 복자성당은 1966년 병인박해 순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그 당시 전 교구민이 모금을 하여 지은 순교자 기념성당입니다.  본당 주보를 그 당시 아직 복자였던 김대건 신부님으로 정하였고, 김신부님과 앵베르 범주교님, 그리고 모방신부님과 샤스탕신부님, 이 네 분의 순교복자 유해 일부를 성당 안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1973년에는 그 당시 감천리 교구묘지에 계시던 세분의 병인박해 순교자 허인백 야고보와 김종륜 루카와 이양등 베드로의 유해를 이곳 복자성당 마당에 안치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이 세 분이 곧 복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순교자 124위 관련 순례지 전대사 선포미사를 오늘 이 복자성당에서 봉헌하게 된 것입니다.


 대구의 순교자 중에서 을해박해와 정해박해 때 돌아가신 순교자 대부분이 충청도 출신이고 경상도 북부지방 산골짜기로 피난 와서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분으로 충남 합덕 솔뫼 출신인 김종한 안드레아 라는 분이 계시는데 이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종조부(작은 할아버지)이십니다. 경북 봉화의 우련전에 와서 살다가 안동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경상감영 감옥에 갇혀 계시다가 1816년 대구 관덕정에서 동료들과 함께 참수되셨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충청도에서 살다가 왜 경상도로 넘어왔습니까? 충청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그랬습니까? 경상도에 와서도 모두가 산중에, 그것도 산 중턱 이상 되는 데 살았습니다. 을해박해와 정해박해 때 잡혔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을 10여 년 전 제가 교구 사무처장을 할 때 본당 사무장님들과 함께 거의 다 가봤습니다만, 어디냐 하면 청송 노래산, 진보 머루산, 영양 일월산, 상주 멍에목 등이었습니다. 가까운 한티성지만 해도 지금은 길이 나서 차가 다니지만 옛날엔 얼마나 첩첩산중이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그 당시 왜 그 고생을 사서 하셨겠습니까? 그것은 하느님을 제대로 믿기 위해서입니다. 산 속에 숨어서라도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 나오듯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을 믿고 그분만을 따르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이곳 복자성당 순교자 묘역에 계시는 세 분은 경남 언양에서 만났다가 박해를 피해서 경주 산내의 단석산에 숨어 살았습니다. 산중에서 목기 만드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주 포졸들에게 체포됩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순순히 포승을 받았다고 합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성목요일 밤에 올리브 동산에서 성전 경비병들에게 순순히 잡히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허인백 야고보 등은 포졸들 앞에서 일하던 도구들을 땅에 내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마쳤구나, 마쳤구나. 이제야 세상일을 마쳤구나.”  

 죽음 앞에서도 얼마나 여유가 있습니까? 이런 의연함과 용기가 어디서 나옵니까?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영생에 대한 깊은 확신과 소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선조 순교자들을 복자품에 올리고 더 나아가 성인품에 올리도록 기도를 드리고 그분들을 기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이 우리 신앙생활의 모범이 되기 때문에 우리도 그분들을 본받아 거룩한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천상에 있는 순교자들보다는 지금 이 지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서 시복시성운동을 하고 순교자 현양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30년 전에 있었던 103위 성인 시성식과 같은 감동적인 일이 이번 8월에도 일어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시복식과 교황님의 방한이 이 나라에 새로운 복음화의 물결을 다시 한 번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잘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순교자의 후손답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예수님의 제자답게 잘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살면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는 못하더라도, 순교자의 믿음으로 하느님의 존재와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거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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