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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의 힘으로 희망이 넘치기를! (2014년 대구 성령대회 미사 강론)
   2014/06/03  10:18

2014년 대구 성령대회


2014. 5. 24(토) 성 김대건기념관

 

 찬미예수님!
 오늘 2014년 대구 성령대회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 가득 내리시고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2000년 전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리셨던 성령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도 내리시어 많은 성령의 은사와 성령의 열매를 맺으시기를 빕니다.
 봄에 개최되는 성령대회는 통상 성령강림대축일 전후로 이루어지는데 올해는 부활 제5주간 토요일에 개최하고 있습니다. 부활시기는 교회 전례력으로 가장 큰 축제기간이고, 또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 동안 계시다가 승천하셨으며 승천하신 후 열흘 후에 성령을 보내주셨기 때문에 7주간이라는 긴 기간을 부활시기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부활시기는 그렇게 기쁘지 않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그 수많은 영혼들을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원한 생명의 품 안에 안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계시는 유가족들에게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님께서 깊은 위로와 참된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대회 주제가 무엇입니까? “성령의 힘으로 희망이 넘치기를!”(로마 15,13)입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 말씀은 바오로 사도께서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로마의 교우들에게 믿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도록 힘을 실어주고 격려하기 위해 하신 말씀인 것입니다.
 오늘 대회 주제 말씀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과, 그리고 허탈과 분노와 실의에 빠져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령께서 주시는 희망의 빛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 옛날 2000년 전에도 이런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교만과 위선에 가득 찬 사람들이 하느님의 아들을 몰라보고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얼마 전에 ‘신의 아들’이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숨을 거둔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서 당신 품에 안으시는 성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사고로 자식을 잃은 수많은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절망하고 실의에만 빠져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당신 아들을 부활시키셨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제자들도 주님의 부활을 잘 믿지 못했었습니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재판을 받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에 올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제자들은 겁이 나 멀리서 지켜보거나 혹은 도망쳐 버렸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도 나오듯이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어느 집에 모여 있었는데)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자들이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더 이상 유다인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밖에 나와 떠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신들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그분이야말로 우리의 주님이시다.”라고 떠들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쁜 길에는 쉽게 빠지는데 개과천선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제자들이 변화되었다는 것은 분명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무슨 일이 무엇입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는 것이고 성령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요한복음 20,19-23을 보면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걸어놓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인사하시고 “성령을 받아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써 힘을 얻었고 그분께서 주시는 성령을 받음으로써 믿음의 확신을 갖고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드디어 결정적으로 사도행전 2장에 나오듯이 불혀 모양으로 내려오시는 성령을 뜨겁게 받고서야 사람들이 완전히 변화되어 세상에 나가 예수가 주님이시라고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그냥 말로만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주님을 증거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초대교회가 출범하게 되어 오늘날의 교회가 있게 되는데, 이것은 사도들이 했다기보다는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사도들을 그렇게 변화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주님 부활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사도들의 변화된 삶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성령을 받으시고 사도들처럼 그렇게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담대하게 주님을 증거할 수 있는, 변화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5월 11일 저녁에 성모당에서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였는데 미사 전에 노란 리본에 한 마디 적으라고 하여 저는 ‘우리 모두 회개하여 바른 세상 만들게 하소서.’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특별히 성령께서 우리들에게 회개의 은총을 주시도록 청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들 안에 희망이 넘치리라고 여겨집니다.
성녀 대 데레사는 1556년 성령강림날에 성령송가를 읊으며 기도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깊은 회개의 은총을 체험하였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성녀 데레사는 큰 힘을 받아서 가르멜 수도회를 개혁하여 오늘날의 가르멜 수도회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올 8월이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십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조선시대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시고, 충청남도 일원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가시어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실 것이며, 명동성당에서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실 것입니다. 이번 교황님의 방한과 시복식은 우리 민족과 우리 교회에 있어서 참으로 큰 영광이요, 또한 새롭게 나아갈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선출되신 지가 이제 겨우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변화와 쇄신의 아이콘이 되시어 지금 교회 안팎으로 커다란 쇄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계십니다. 이것은 바로 21세기에 새롭게 불어오는 성령의 바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성령의 바람을 온 교회가, 특히 한국 교회가 온 몸으로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진정한 복음화가 이루어지고 온 세상에 마치 초대교회의 모습처럼 복음화의 물결이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회개시켜주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바르고 신실한 믿음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럼 다 같이 저를 따라서 합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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