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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따르라! (성 유스티노 신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미사 강론)
   2014/06/03  10:31

성 유스티노 신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미사


2014. 5. 30(금) 10:00

 
 지난 5월 15일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하양 대학 본부에서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남산동 신학교에서 성 유스티노 신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성 유스티노 신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1911년 6월 11일에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주교서품을 받으신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6월 26일에 서울서 기차를 타고 대구로 부임하셨습니다. 그리고 대구 부임 후 처음 맞이하는 주일인 7월 2일에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교구 주보로 모시고 성모님께 세 가지를 도와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 세 가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주교관을 건립하는 것과 주교좌성당의 증축, 그리고 신학교를 설립하는 일이었습니다.
 6월 26일 서울을 출발할 때 서울의 뮈텔 주교님께서 역까지 배웅 나오셔서 작별인사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나눠 줄 재산이 없으니 가난이나 함께 나눕시다.”  
 이 말씀처럼 그 당시 교구에는 서상돈 회장님이 기증한 이 땅만 덩그렇게 있을 뿐 교구가 당장 실행해야 할 그 세 가지 사업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실행할 자금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성모님께 교구를 봉헌하며 이를 도와달라고 청하였을 것입니다.
 그 세 가지 사업 중에서 드망즈 주교님께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쏟으신 것이 신학교 설립과 방인 사제 양성이었습니다. 대구에 오신 후 숙소조차 없어서 계산성당 근처 한옥에 임시로 사시면서 신학교 설립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셨습니다.
 그래서 주교님께서는 1912년 9월부터 세계 각지의 유지들에게 한국인 사제 양성을 위한 재정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1912년 11월 21일자 ‘드망즈 주교 일기’에 의하면, 이 소식을 접한 중국 상하이의 어느 익명의 신자가 신학교의 주보로 유스티노 성인을 모시는 조건으로 2만 5천 프랑의 헌금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 당시로는 참으로 큰 금액이었습니다. 이것을 기초로 신학교 건축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1914년 5월 17일에 있었던 유스티노 성당 정초식에서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학교란 장래에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교회에 인도할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하고, 성당은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는 데 가장 필요합니다. 이날 정초식의 뜻과 주보이신 유스티노 성인의 행적을 이해하고 많은 신자들이 이러한 지향을 갖고 기도해 주고 합당한 자질을 가진 학생들을 신학교에 많이 보내어 성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으로 바칠 신부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주교님의 이 말씀처럼, 성 유스티노 신학교는 1945년 일제에 의해 폐교가 될 때까지 제6대 교구장 최덕홍 요한 주교님, 그리고 제7대 교구장이셨던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 그리고 부산의 최재선 주교님과 마산의 장병화 주교님을 비롯한 67명의 사제를 배출하여 저희 교구와 한국교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폐교되었던 성유스티노 신학교 자리에 다시 오늘날 대구관구 대신학원이 서 있습니다. 그동안 이 학교에서 수백 명의 사제들이 배출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리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제들은 저희 교구와 한국천주교회를 넘어서 주님의 일꾼이 필요한 곳이면 세계 어디든지 갈 것이라 믿습니다. 그 옛날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들이 이 먼 동방의 알지도 못했던 이 나라에 왔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100년 전 성 유스티노 신학교를 설립하신 드망즈 주교님과, 그 당시 남의 나라 치하에서 방인 사제 양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주신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들과 선배 신부님들, 그리고 많은 은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영복을 빕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요한복음 마지막 장으로서 읽을 때마다 진한 감동을 주는 대목입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이렇게 똑 같은 말씀을 세 번이나 하십니다. ‘네가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말로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은 “나를 따라라.”(요한 21,19)였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마지막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을 때까지 스승이신 예수님을 따랐던 것입니다.
 ‘나를 따르라.’(마르 2,14)는 이 말씀은 우리 신학교의 교훈입니다. 이 말씀을 돌에 새겨서 오늘 제막할 것입니다. 이 말씀을 적은 ‘교훈석’과 함께,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라는 글을 새긴 ‘선목석’과, 평신도들이 바라는 사제상을 새긴 ‘지향석’ 제막식이 오늘 이 미사 후에 있을 것이라 합니다. 이 세 개의 돌에 새겨진 말씀들을 여러분은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서 늘 그 말씀대로 살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한 40일 전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리 국민은 아직까지 커다란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저는 이 땅에 지도자라는 사람들, 특히 우리 종교인들이 제대로 자기 본분을 다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미안합니다. 부끄럽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우리들 삶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저는 충북 청주시 근교에 있는 ‘성모꽃마을’에 갔다 왔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주교님 다섯 분이 갔었는데 마당에 100여분의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저는 봉사자들과 신자들이 동원되었는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모두가 암환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몇 주 코스로 자연치유 교육을 받기위해 그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주교님 다섯 사람은 먼저 원장신부님으로부터 30분가량 강의를 들었으며, 200여명의 사람들에게 점심 배식을 해드리고 또 호스피스 병동에 가서 환자들에게 밥을 먹여 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희들도 점심을 먹고 난 후 남자 환자들에게 목욕을 해드리고, 또 여성 환자들에게는 머리를 씻겨드렸으며, 마지막으로 방마다 다니며 안수기도를 해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일은 ‘주교들의 현장체험’이란 제목으로 주교회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만, 저로서는 참으로 좀처럼 하기 힘든,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신자들을 ‘사목한다.’고 하면서 ‘다스린다, 가르친다.’고만 생각하지, ‘봉사한다.’고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로서만 사랑을 이야기하고, 정의를 부르짖고, 나눔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말로서만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어려운 신자들을 스스로 찾아가고 봉사할 사목자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이제 높은 데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낮은 데로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머물 줄 아는 사목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바오로 사도께서 오늘 제1독서인 에페소서 4장에서 하신 말씀대로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성 유스티노 신학교를 모태로 다시 시작한 지 32년이 된 대구관구 대신학원이 참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교회와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착한 목자를 양성하는 대신학원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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