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사목일꾼들이 겪게 되는 유혹들 (대구대교구 2차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4/06/24  11:15

사제피정 파견미사


2014 06 20 한티 2차 


 피정,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침묵도 대체로 잘 지키시는 것 같고, 몇몇 신부님들은 설거지도 도와주는 것을 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1차 피정에 이어 2차 피정까지 지도해 주신 정월기 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성경말씀과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잘 인도해 주셨습니다. 신부님들이 피정을 잘 하셨는데 제가 굳이 이렇게 강론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가 이런 피정을 하는 이유는 사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정 둘째 날 강의에서 ‘너, 어디 있느냐?’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죄를 지은 아담을 찾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시면서 왜 이런 질문을 던졌겠습니까? 그것은 아담 스스로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이 질문은 지금 우리 각자에게도 던져지는 하느님의 질문일 것입니다.

 “너, 어디 있느냐? 너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느냐?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너와 네 이웃 사이에.”


 요즘 대세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세계 교회 안팎으로 변화와 쇄신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행동 하나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바람이, 21세기의 새로운 성령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작년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발표하신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은 성직자 수도자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현대 세계에 대한 효과적인 복음 선포를 위해서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과 교회의 모든 구조가 쇄신되고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직까지 쇄신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쇄신을 통한 세상 복음화에 우리 모두가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에서 많은 분량이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제들, 사목일꾼들을 향하여 하신 말씀입니다. 그저께 피정지도 신부님께서 우리들에게 읽고 묵상하라고 숙제를 내주신 대로 76항부터 시작하는 ‘사목일꾼들이 겪게 되는 유혹들’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만, 어떻게 교황님께서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 꿰뚫고 계시는지 구구절절이 새겨들어야 할 말씀을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78항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봉헌생활자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목일꾼들이 개인의 자유와 휴식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비록 그들이 기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열의가 식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해악은 서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해악이라는 것은 방금 말씀드린 대로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열의가 식어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리 신부님들 중에서는 세상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일들이 생기고, 급기야는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사제의 길을 뜻하지 않게 달리 가게 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단지 이성의 유혹만이 아니라 재물의 유혹, 출세의 유혹 등 통상 세상 사람들이 겪는 유혹들 앞에서 우리가 사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평일미사에 제1독서로 열왕기를 읽고 있습니다. 열왕기는 이스라엘 왕들의 열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왕들 중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무엘 예언자에게 왕을 세워달라고 했을 때 사무엘이 걱정했던 대로 하느님과 백성을 잘 섬긴 왕은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하는 것 같아도 얼마 안 가서 우상숭배에 빠지고 나태와 쾌락에 빠졌던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회개하고 자신을 정화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속에 바알제단이 세워지고 아세라 목상이 자리 잡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여호야다 사제처럼 우리 마음의 성전을 정화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 19-21)

 오늘 복음에 이어지는 부분에서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24절)

 그런데 주님의 제자라는 사람들 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두 주인을 섬기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복음의 기쁨’ 80항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교리적, 영성적 확신을 지닌 사람들마저 선교를 통하여 다른 이들에게 헌신하기보다는, 흔히 경제적인 안정에 매달리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이나 인간적인 영예를 얻으려는 생활방식에 빠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집어내시는 교황님의 안목이 놀랍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 몸이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 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네 안에 있는 빛이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면 그 어둠이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하십니다. 내 안에 있는 빛이 주님인 줄 알았는데 주님이 아니라 엉뚱한 것이 자리 잡고 앉았다면 내 삶이 어떻게 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어둠을 몰아내고 주님께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늘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복음의 기쁨은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는 데서 오는 기쁨인 것입니다. 이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늘 충만하기를 빕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56 들꽃마을의 여정을 축복하며! (들꽃마을 25주년 기념 감사미사 강론) 18/09/18 10673
255 세상 속의 교회, 죄인들의 공동체 (주교 영성 모임 미사 강론) 18/09/13 9052
254 하느님 나라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삶 (관덕정 순교자 현양후원회원의 날 미사 강론) 18/09/04 8818
253 하느님과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 삶 (김종선 즈카르야 신부님 첫 미사 강론) 18/08/14 9813
252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기적 (연중 제17주일 미사 강론) 18/08/03 10236
251 미래를 만드는 장인이 되십시오. (잘츠부르크 청년단 환영 및 KYD 참가자 발대식 미.. 18/07/23 10015
250 나의 중심은 누구입니까?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18/07/05 10437
249 한반도의 평화, 세계의 평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심포지엄 기조강연) 18/06/25 8541
248 하느님에 대한 열정으로 단호하고 철저하게! (2018년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18/06/18 10246
247 사제직의 거룩함과 아름다움 안에서 (2018년 사제 성화의 날 미사 강론) 18/06/11 10736
246 성령 안에서 일치의 신비를! (2018 대구성령축제 미사 강론) 18/05/31 10213
245 새롭게 시작하시는 주님의 손길 안에서 (대구가르멜여자수도원 및 성당 재건축 봉헌미사 강.. 18/05/24 8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