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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떼를 잘 치십시오 (사제성화의 날 미사 강론)
   2014/06/30  17:51

사제성화의 날


2014 06 27 예수 성심 대축일


 저희 교구에서는 지난 2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부터 오늘 ‘예수 성심 대축일’까지를 ‘사제 성화 주간’으로 정하여 기도하였습니다. 첫째 날인 22일에는 ‘사제 직무의 성화를 위하여’ 기도드렸고, 둘째 날인 23일에는 ‘주교와 사제단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드렸습니다. 그리고 셋째 날인 24일에는 ‘사제들과 신자들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드렸으며, 넷째 날인 25일에는 ‘해외 선교 사제들과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드렸고, 다섯째 날인 어제는 ‘사제성소의 증가를 위하여’ 기도드렸습니다. 본당에서, 혹은 기관에서, 그리고 피정 중에서도 열심히 기도해 주신 신부님들과 신자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그 기도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다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은 사제 성화 주간 마지막 날로서 많은 신부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제 성화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희들에게 강복하시어 당신께서 부르신 목적에 합당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저희에게 성화의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강론 시간에 원로사제이신 손상오 신부님의 말씀을 들었고, 또 젊은 사제 대표로 김종섭 신부님이 젊은 사제들한테 설문조사한 것을 종합하여 발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 제가 주교로서 한 말씀 드려야 하는데 무슨 말씀을 드릴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요즘 대세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니까 교황님 말씀을 해드리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작년 9월에 로마에서 있었던 새 주교들 모임에서 다음의 베드로 서간의 말씀을 텍스트로 ‘양을 친다.’는 의미를 설명해 주셨는데, 새 주교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우리 모든 사목자들에게 다 해당되는 말씀이기에 오늘은 이 말씀을 두고 같이 묵상해볼까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1베드 5,2)

 교황님께서는 ‘양을 친다.’는 말을 세 가지로 설명하십니다. 첫째로 ‘넓은 아량으로 환대한다.’는 것이며, 둘째로 ‘양과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고, 셋째로 ‘양과 함께 머문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넓은 아량으로 환대한다.’는 것은 우리가 남녀노소 빈부귀천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환대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나를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는가, 아니면 닫아걸고 있는가?’ 선의와 사랑으로 모든 이에게 문을 열어놓는다면, 여러분의 집을 찾는 사람이 거기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뿐 아니라 교회가 언제나 모든 자녀를 환대하고 사랑하는 좋은 어머니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본당을 방문해보면 분위기가 냉랭한 본당이 있고 반면에 화기애애한 본당이 있습니다. 그것은 본당 사목자나 구성원들이 모든 사람을 넓은 아량으로 환대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부님들이 본당에 부임해서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본당 간부나 신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을 가끔 봅니다. 신부님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도 같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대개가 신부님들의 권위적인 태도와 말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잖지 못한 말, 남을 무시하는 말,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비판하고 비난하는 말, 존칭을 쓰지 않는 말 등으로, 자신이 뜻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공동체의 분열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주일이 ‘교황주일’인데 며칠 전에 신부님들에게 강론이나 교육에 도움이 되라고 내준 교황님에 관한 PPT 자료를 보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키워드’라고 하면서 네 가지를 들었던 것이 보았습니다. 그것은 ‘소박함(검소함)’이며, ‘친밀함’, 그리고 ‘부드러움’과 ‘봉사’라고 하였습니다. ‘교황님의 키워드’라고 하면 교황님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키워드라는 말일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가톨릭신자든 가톨릭신자가 아니든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분이 똑똑하다거나 인물이 잘 생겼다거나 하여 그런 것이 아니라, 방금 말씀드린 그 네 가지 키워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쉽지는 않겠지만, 교황님의 그런 품성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양떼와 함께 걸어가기’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와 함께, 그리고 그 양떼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기 본당 신자는 물론이고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과 함께 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 이끌어 줄 수 있는 형제나 친구처럼, 더 나아가 아버지처럼 기쁨과 희망, 고통과 슬픔을 그들과 나누면서 함께 걸어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사목헌장의 정신을 서두의 이 한 문장으로써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는 바로 우리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라는 것입니다. 사목자는 신자들과 동고동락해야 합니다. 글자 그대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 정신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이것이 바로 예수 성심,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일 것입니다. 왜 우리가 굳이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주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주교들에게 있어서 사랑해야 할 ‘첫째 이웃’은 사제라고 하셨습니다. 주교는 ‘사제에게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아버지, 형제, 그리고 친구처럼 그들을 돌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제가 잘 하지 못했던 점들이 있었음을 반성합니다.

 일전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까 하는데 당사자 신부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어느 수녀원의 종신서원식에 갔다가 신부님들이 여러분 모여 있었는데 제가 다른 신부님들한테는 다 악수를 하고 자기한테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고 한 신부님이 며칠 후에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항의를 하여 제가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그랬다면 0.01%도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을 하고 사과를 하였지만 이미 그 신부님은 저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 오해를 하고 상처를 입고하는 나약한 인간임을,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인간적인 나약함을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양떼를 향한 섬김의 자세는 겸손이라고 하시면서 ‘우리 사목자들은 군주와 같은 마음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목자들은 교회와 혼인한 사람이기에 교회보다 더 아름답고 부유한 것을 갈망하는 야심가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런 야심을 품는 것 자체가 추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출세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출세주의는 암’이라고 하셨습니다. 

 그저께 수요일에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사무총장인 마리오 토소 주교님께서 우리 교구를 방문하시고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 대한 강연을 하시고 가셨습니다.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세상 복음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사목활동이 ‘친교적’이어야 하고 ‘선교적’이어야 하는데, 이것들을 방해하거나 해치는 위험이 있으니, 그 대표적인 것이 ‘영성의 세속화(영적 세속성)’와 ‘실천적 상대주의’라고 경고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복음의 기쁨’ 2장 2절 ‘사목 일꾼들이 겪게 되는 유혹들’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주교님께서 잘 설명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영적 세속성’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람의 사랑은 가식적인 것이 되어, 말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하느님도 교회도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자기 자신만 사랑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교회를 지배하려고 하고, 자기와 동조하지 않는 사람, 자기 생각과 같이 하지 않는 사람을 적으로 몰고 단죄를 하며, 교회 안에서 분열과 다툼을 야기 시키고 싸움을 벌인다고 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에서 ‘우리 사이에 싸움은 안 된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백성 안에서, 그리고 우리의 여러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우리의 이웃과 직장에서 심지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싸움이 시기와 질투로 일어나고 있습니까?”(98항)

 “여러분이 서로 얼마나 아끼는지 그리고 얼마나 서로 용기를 불어넣고 함께 하는지를 모든 이가 보고 존경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질투의 유혹을 조심하십시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같은 항구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속한 저마다의 은사를 기뻐할 줄 아는 은총을 간구합시다.”(99항)

 사목자가 조심해야 할 두 번째 위험은 실천적 상대주의입니다. 이것은 마치 하느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행동하고,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처럼 독단적으로,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토소 주교님은 사목자들이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양떼를 친다는 세 번째 뜻은 ‘양떼와 함께 머문다.’는 것입니다. 착한 목자는 밤낮 없이 양들과 함께 있는 목자일 것입니다. 늘 양들과 함께 머물러야 하는데 따로 떨어져 산다거나 수시로 양들 곁을 떠나는 목자는 착한 목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주교들에게 ‘공항 주교’가 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공항 주교’라는 말은 ‘자기 교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 자주 나타나는 주교’를 말합니다. 

 주교든 사제든 사목자에게는 법적으로 ‘상주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법적인 것을 떠나서 사목자는 몸과 마음으로 백성과 함께 머물고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애정과 자비로, 아버지의 강직함과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겸비한 태도로, 그리고 겸손하면서도 사려 깊은 마음으로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걸으면서 백성을 환대하는 목자여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한계를 볼 줄 알아야 하고, 유머를 구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유머를 잘 구사할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나 여러분들이나 교황님의 말씀대로 애정과 자비로, 그리고 아버지의 강직함과 어머니의 부드러움으로 양들을 잘 치는 착한 목자가 되도록 힘껏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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