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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증거하는 표지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종신서원 미사 강론)
   2014/09/16  11:26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종신서원 미사


2014. 9. 15. 10:30


 오늘 종신서원하시는 차미옥 율리아나 수녀님, 미리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율리아나 수녀님은 대구 남산동의 구교우 집안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었고, 또 수도성소를 받고 수녀원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잘 살아왔기 때문에 오늘 종신토록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종신서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수도자의 삶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서 봉헌된 삶입니다.

 제가 조금 후에 종신서원하시는 수녀님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수녀님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아 정결과 청빈과 순명을 지키며 교회와 가난한 이웃, 특히 노약자들을 위하여 온전히 헌신하기를 원합니까?” 

 그러면 수녀님은 “예, 원합니다.”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느님께 봉헌된 삶이란 일생동안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 세상을 떠나, 자기 집안과 부모 형제 친척을 떠나 이곳에 들어온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에페소서 4,1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일하다가 감옥에 갇힌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불러주셨으니 그 불러주신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하느님께서 수녀님을 불러주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수도자로서 사는 것입니다.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회원으로서 사는 것입니다. 수도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년 동안 공부를 하였고 또 수련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배우고 수련 받은 대로 사시면 됩니다. 

 제가 종신서원 하시는 수녀님에게 특별히 “교회와 가난한 이웃, 특히 노약자들을 위하여 온전히 헌신하기를 원합니까?”하고 묻습니다. 이 질문의 내용이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회원으로서 이런 특별한 소명을 이행하는 것이 또한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목적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수도자로서 기본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날이 갈수록 이 복음삼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복음삼덕의 의미가 자꾸만 퇴색되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성직자든 수도자든 정결과 순명과 청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예외 없이 이 복음삼덕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 것이며 특히 수도자들은 더욱 철저하게 지키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달 꽃동네에서 있었던 수도자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청빈에 대해서 아주 강하게 말씀하셨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세상은 불행하게도 복음삼덕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성은 점점 상품화가 되고 있고 퇴폐와 성범죄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있으며 개인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정결과 순명과 청빈의 덕이 마치 먼지가 쌓여가는 골동품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우리 수녀님들이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거룩한 삶으로 세상을 거룩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자신의 거룩한 삶을 통하여 이 땅에 하느님을 증거하는 표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수녀님들을 부르신 첫째 목적인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주보축일인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신 성모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모님은 엘리사벳이 말한 대로 ‘여인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지만 다른 한편 ‘여인 중에 가장 고통을 많이 받으신 여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태중에 잉태되신 그 순간부터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때까지 참으로 인간적으로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들을 당신 몸 안에 다 받으시고 다 안으신 분이 바로 성모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듣기 전에 부속가를 노래했습니다. 중세의 어느 수도자의 기도였던 이 부속가는 아들 예수님의 수난 고통에 동참하시는 성모님의 그 절절한 슬픔과 신앙을 아주 잘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들예수 높이달린 십자곁에 성모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독생성자 수난하니 여인중에 복된성모 애간장이 다녹네.

 예수모친 이런고통 지켜보는 우리죄인 누가울지 않으리?

 그리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제마음에 불이타게 하소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맘속에 주님상처 깊이새겨 주소서.” 

 

 어제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속죄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짊어지시고 못 박히시고 돌아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바로 다음 날에 교회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을 지내게 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온전히 함께 하신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9,25-27)에 보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십자가 밑에 서계신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는 제자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먼저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부터 그 제자는 성모님을 자기 집에 모셨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만, 이때부터 성모님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이런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수녀님들은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처럼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들에게 위로와 기쁨과 희망을 주는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정 성모 마리아님, 복되시나이다. 당신은 주님의 십자가 아래서,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셨나이다.”(오늘 복음 환호송)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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