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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감삼성당 봉헌미사 강론)
   2014/09/23  10:5

감삼성당 봉헌미사


2014. 09. 21.


 오늘 감삼성당 봉헌을 축하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삼본당은 2005년 1월 말에 본리본당과 죽전본당에서 분가되어 설립이 되었습니다. 최재영 시몬 신부님이 초대본당신부로 부임했지만 성당 부지만 있었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부지도 온전치 않아서 교구가 관리하고 있었던 땅에 임시 성전을 지어서 지금까지 잘 사용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신현욱 루카 신부님이 5년 전에 3대 주임으로 이 본당에 오셨는데 여기에 오시기 전에 신서성당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신 신부님이 이곳에 와서 보니까 또 다시 성당을 지어야 하는 본당에 오게 된 것입니다. 사제가 성당을 두 개 이상 지으면 연옥에 가든지 한다는 농담 섞인 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당을 지으려면 신자들에게 돈 이야기를 해야 하고 모금을 해야 하니까 그만큼 신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괴롭히니까 아마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임시 성전에서 살 수는 없는 일이고 누군가는 성당을 지어야 하니까 신 신부님 자신이 다시 십자가를 메게 되었고 그래서 오늘 성 정하상 바오로 본당 주보축일에 드디어 성전 봉헌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본당신부님과 총회장님을 비롯한 건축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많은 기도와 정성을 바쳐주신 신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돈을 모아 성전을 지어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단순히 성전만 바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바치는 것이고 우리의 수고와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입니다.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성전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미사성제를 바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주일미사 의무를 지키기 위해 잠시 성당에 왔다가 가는 그런 신앙생활이 아니라, 매일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주님의 성체가 축성되는 이 성전에서 여러분들의 삶의 힘과 에너지를 받는 그런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 대축일’이며 감삼본당 주보축일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교구 평신도위원회에서 주관하여 한티순교성지에서 도보성지순례와 ‘124위 순교자 시복 감사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지난달 16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윤지충 바오로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품위에 올려주셨습니다. 한 달 여 지났습니다만, 그 때 그 감동이 아직도 우리들에게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30년 전 103분의 성인을 주신 데 이어 이번에 124분의 복자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성 정하상 바오로의 아버지가 누굽니까?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입니다. 124위 복자 중에 대표적인 평신도 중에 한 분으로서 정약용 선생의 둘째 형입니다. 그는 주문모 신부님이 만든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의 초대회장을 맡았고, 쉬운 한글로 ‘주교요지’라는 교리서를 만들어서 신자들에게 보급을 하였습니다. 이분이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를 하였는데, 부인 성 유조이 체칠리아와 아들 성 정하상 바오로, 그리고 딸 정정혜 엘리사벳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를 하였으니 아버지가 이들보다 28년이나 먼저 순교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이제야 복자가 되신 것입니다. 124위 복자들의 시성을 위해 다시 우리가 기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정하상 바오로는 사제를 모셔오기 위해 중국 북경을 수차례 다녀왔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초대 평신도회장을 맡아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서울 서소문 밖에서 장렬하게 순교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교회 지도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죽음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종교나 국가를 떠나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왜 그렇습니까? 참으로 양들을 사랑하는 착한 목자의 모습, 참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 참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잘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모습을 사람들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명량’을 보셨지요? 1700만 명이 봤다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무슨 특별한 것도 없이 전투장면이 한 시간 가량이나 나오는 그 영화를 그 많은 사람들이 보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순신이라는 사람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 참 지도자가 아쉬운 이 나라에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하신 유명한 말씀이 있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今臣戰船 尙有十二) 

 그리고 또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卽生 必生卽死) (왜선 133척을 전선 12척으로 싸워야 하는 명량해전을 앞두고, '결사구국'의 각오를 나타내며 한 말)

 그런데 이 말씀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씀 같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4)

 

 오늘 한국 순교자 대축일에 감삼성당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우리도 순교자들처럼, 이순신 장군이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자신을 내어놓고 하느님과 나라와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서 자기 한 목숨 바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이 우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고귀한 신앙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신앙을 피로써 지키고 우리들에게 귀중한 유산으로 물려주신 우리 신앙의 선조들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새로 봉헌한 이 성전에서 믿음을 키우고 그 믿음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불태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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