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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기도, 증거 (제1대리구장 황용식 타대오 신부 취임미사 강론)
   2014/09/26  14:44

제1대리구장 황용식 타대오 신부 취임미사


2014. 09. 24.


 찬미예수님!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 8월말에 있었던 교구 사제인사에서 황용식 타대오 신부님께서 1대리구장을 맡아서 봉사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황용식 타대오 신부님의 1대리구장 취임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 대리구제도가 생긴 지 11년이 되었지만 정식으로 이렇게 대리구장 취임미사를 봉헌하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2003년에 만들어진 ‘대리구 운영지침’을 이번에 개정하면서 대리구장 취임미사를 거행하도록 하였는데 오늘이 그 첫날입니다. 이 미사 중에 우리 모두 황신부님께서 제1대리구를 잘 이끌어 가시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잠언 말씀(30,5-9)을 보면, 기도하는 사람이 하느님께 두 가지를 간청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허위와 거짓말을 멀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욕심 없고 단순하며 겸손한 기도입니까! 솔로몬도 임금이 되어 하느님께 기도하기를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고 그저 백성을 잘 다스릴 지혜만을 구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9,1-6)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하시면서 그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길을 나서는 제자들에게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여행을 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그런 것도 가지지 말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그 말씀의 뜻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하는 사람을 반드시 보살펴 주신다는 것이며,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서 어떤 물건이나 재력이나 외부적인 조건과 환경에 기대지 말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주님만을 믿고 주님의 일을 할 때 주님께서는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03년부터 대리구제도를 시행하여 왔습니다. 이것은 날로 대형화 되어가고 있는 교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복잡다단한 선교현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며 지역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대리구제의 시행으로 실제 사목분야에 적지 않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아직 미흡하고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 것을 최소화하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면서 지혜와 힘을 모운다면 대리구제가 더욱 효과적으로 지역 복음화를 이룰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대리구의 책임자가 대리구장입니다. 대리구장은 위임받은 한 대리구의 교구장 대리로서 대리구 내 사제들과 본당에 대하여 교구장의 통상적인 사목권과 감독권을 대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대리구장 신부님은 그런 통상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전에 먼저 대리구 신부님들과 인격적인 신뢰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할 것이며, 일선 본당의 사목적인 요구와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적절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품위에 올려주셨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시고 많은 격려와 희망을 안겨주셨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들에게 커다란 은총의 선물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그 선물을 받고 그냥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선물을 주신 분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분의 뜻을 헤아리고 그분의 뒤를 따라야 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특히 우리 성직자들과 지도자들이 그 숙제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의 성직자나 세상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셨습니다.

 영화 ‘명량’을 보셨지요? 1700만 명이 봤다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무슨 특별한 것도 없이 전투장면이 한 시간 가량이나 나오는 그 영화를 그 많은 사람들이 보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이순신이라는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참 지도자가 아쉬운 이 나라에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든 사회든 나라든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도자가 어떤 정신을 가지고 어떤 삶의 모범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한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지고 승패가 갈라지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도자는 자기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협력자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달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셨던 첫날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주교님들에게 하신 주된 말씀은 사제들을 가까이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들이 만나고자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들과 소통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도자는 협력자들의 마음을 사도록 노력하고 소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협력자들은 지도자가 마음에 덜 차더라도 대의를 위해서 협력하는 아량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복음화’에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세 가지 단어로 대답하셨습니다.(2013년 5월 18일 교회운동 지도자들에게 하신 말씀 참조)

 첫째 단어는 예수님입니다. 복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 없이 우리 나름으로 준비한 것들, 다른 것들, 아름다운 것들만 가지고 나아간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둘째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주님께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게 해드리고 주님께서 우리 안에 오시게 해드리는 기도입니다. 우리를 이끌어 주시도록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분을 증언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도와주실 것입니다.

 셋째는 증거입니다. 오늘날 세상에서는 가르침보다는 증거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가르침이 있습니까! 그러나 증거가 따르지 않는 가르침은 공염불입니다. 말도 해야 하겠지만 일관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으로써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관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란 것은 참된 신앙인으로서, 참된 주님의 제자로서 일관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증거의 표본이 순교자들입니다. 그분들은 삶과 죽음으로 주님을 증거했습니다. 

 

 우리 교구가 두 차례에 걸쳐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고 대리구제를 실시하였던 그 모든 노력과 시도들은 모두 ‘복음화’를 위한 것입니다. 그러한 시도들과 방법과 노력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또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예수님이시고 우리의 기도요 우리의 일관된 증거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교든 사제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이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일이며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기본인 것입니다. 

 

 오늘 제1대리구장 황용식 신부님의 취임미사를 봉헌하면서 하느님께서 황신부님과 함께 하시고 당신의 든든한 일꾼으로 써주시도록 열심히 기도드리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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