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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인의 영광 (제1회 노인의 날 미사 강론)
   2014/10/06  13:39

제1회 노인의 날 미사


2014. 10. 02. 성모당


 찬미예수님! 

 오늘 저희 교구 ‘제1회 노인의 날’ 미사를 이곳 성모당에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구를 지켜주시는 루르드의 성모님께서 여러 어르신들도 잘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마침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주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천사 한 분을 정해주시어 그를 지키고 도와주게 하신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마태 18,1-5.10)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천사들이 지키고 있고 또 그 천사들이 아버지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들에게 천사를 정해주실 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시고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제1독서인 탈출기 23장 20절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기는 하였지만 가나안 복지까지 가기에는 엄청난 장애물과 난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을 위로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천사를 보내시어 가나안 땅까지 데려가게 하겠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수호천사를 시켜서 여러분들을 지켜주시고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시대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20세기에 태어나 지금은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대부분 어르신들이 태어나신 일제강점기시대와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지금은 최첨단 전자시대인 디지털 시대입니다. 여러 가지로 좋아지고 편리한 것도 많지만 반대로 폐단도 많습니다. 인간이 기계화되고 비인간화되어 갑니다. 이제 사람들은 기계하고 이야기하고 기계하고 놉니다. 그래서 예전의 그 끈끈한 인간관계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효도니 존경이니 순종이니 하는 말들이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지난 28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전 세계 노인들의 사회 공헌에 대한 경의를 드리는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여기에는 전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도 함께 참석하셨습니다. 

 이 미사에서 교황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경험, 가정과 공동체의 역사를 전수하고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인 신앙을 나누는 위대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존경해야 합니다. 노인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안락사와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기억과 뿌리를 잃는 것이며 미래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신앙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리는 일이 이 귀한 신앙을 저에게 물려주셨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신앙의 전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곧잘 끊어지는 이 시대에 우리 자녀들에게는 이 귀한 신앙을 확실하게 물려줄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구약성경 잠언(16장, 20장)에 보면 ‘백발은 빛나는 면류관이요, 노인의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지나온 수많은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시고 오늘의 이 나라, 이 사회, 이 교회를 이룩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오신 수많은 세월을 말해주는 그 백발이 빛나는 면류관이요 노인의 영광인 것입니다.

 저의 아버님을 2000년에 86세로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작년에 96세의 연세로 하느님께 가셨습니다. 이렇게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살아계실 때 좀 더 잘 해드릴 걸! 하고 후회합니다. ‘있을 때 잘 해!’라는 노래도 있지요?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때 잘 해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는 자식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은 노인을 잘 존경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가정에서도 국가에서도 노인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좀 더 능동적이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노인 사목이 더 활성화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기쁘고 활기차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이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가 ‘가정사목과 복음화’입니다.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로마에서 제3차 임시총회가 열리는데 교황님께서 전 세계 신자들이 이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도 교황님과 뜻을 같이 하여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부터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 위에 반드시 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제1회 교구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기쁘고 즐거운 날이 되시고, 하느님께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축복하여 주시고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