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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복음화 (소공동체의 날 파견미사 강론)
   2014/10/22  15:8

소공동체의 날


2014. 10. 18. 교육원 강당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 교구 ‘소공동체 위원회’에서 마련한 교구 ‘소공동체의 날’을 맞이하여 여러 본당에서 오신 여러분들 모두를 환영합니다. 그리고 가을 향기가 물씬 나는 이 좋은 날에 이런 친교의 교회 모습을 구현하는 소공동체의 날을 준비해 주신 소공동체 위원회에 감사를 드리며 오늘 이 미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교회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종말론적 친교의 교회’라는 개념입니다. 즉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중에 있으며, 이러한 여정에서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를 세상에 드러내는 성사의 역할을 교회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공동체는 ‘친교의 교회’를 실현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 2장과 4장에도 나오듯이 초대교회에서는 아직 생생한 부활 체험이 있었고 소규모 공동체였으며 주님의 말씀과 세례성사와 성체성사가 중심이었기에 때문에 사귐과 섬김과 나눔으로 주님과 형제들 간의 인격적 만남과 친교가 가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그 힘든 박해도 견딜 수 있는 영적 힘을 얻을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후 로마 제국이 가톨릭 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교회는 안팎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외부의 어떤 박해도 없이 자유로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정치·지리적으로 로마 제국의 영토와 일치하여 거대한 조직 체계를 가진 국가 형태의 모습을 띄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말씀과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인격적 만남과 친교의 공동체 모습 보다는, 점차적으로 국가와 같은 조직 체계가 우선시 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성직자는 관할권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평신도들을 가르치고 성화하며 다스리는 신분이고, 평신도는 성직자의 가르침을 받고 관할권의 통치를 받는 하위 신분으로서 성직자들의 지침에 순응하는 개인 신심 위주의 수동적인 참관자가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반성과 쇄신을 가져온 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교회 구성원의 존재 방식과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직무 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에 대해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며 ‘친교의 공동체’라는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재발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계제도의 본질은 하느님 백성을 위한 섬김과 봉사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소공동체운동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그 참신한 교회의 모습과, 제2차 바티칸 공의의회가 재인식한 교회의 모습을 다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뜻 있는 사람들이 나름으로 열심히 하였지만 크게 확산되지 못하였고 실제적인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교구 소공동체 위원장이신 박성대 신부님께서 빛 잡지에 ‘왜 소공동체인가? -소공동체가 안 된다?’라는 제목으로 2년 넘게 연재를 하시고 계시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열정도 많으시고 또 수고가 많으시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소동체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복잡다단하고 소공체에 대한 인식이나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루카는 사도 바오로의 선교여행의 동반자였고 바오로가 순교한 후에는 여러 곳을 선교하다가 말년에 그리스에 가서 루카복음과 사도행전을 집필한 분입니다. 내일이 ‘전교주일’입니다만, 하느님의 말씀과 선교에 대한 루카 성인의 그 열정을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10,1-9)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는 대목을 들려줍니다. 당신께서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짝지어 보내십니다. 제자들이 파견되는 곳은 예수님께서 몸소 가시려는 마을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제자들이 하는 일 또는 해야 하는 일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또한 둘씩 짝을 지어 보내시는 것은 공동체를 통해서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신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어서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라고 하시는 말씀은 제자들을 떠나보내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라고 하시며 제자들이 사명을 수행하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십니다. 하지만 마지막 말씀은 “그곳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고 하시며 제자들에게 자신의 사명은 바로 하느님 나라의 선포에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하십니다. 

 

 오늘 복음 내용도 그렇습니다만, 소공동체운동이나 평신도 사도직운동이나 교회가 기울이는 그 모든 노력들의 목적은 ‘복음화’에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진정한 복음화가 무엇이며, 오늘날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복음화를 이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나의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것이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인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 서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권고를 통하여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기쁨으로 두드러진 새로운 복음화 단계로 들어서도록 격려하면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1항)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모두는 이 복음화를 위한 여정에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령께서, 그리고 교황님께서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해서 지치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이 일은 하루 이틀이나 일이년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생애 동안 해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다 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믿음과 희망에 힘입어 공동체 안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교구 소공동체의 날을 맞이하여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와 사랑이 여러분에게 충만히 베풀어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