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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체조배-예수님과의 만남 (성체신심 봉헌미사 강론)
   2014/10/22  15:15

성체신심 봉헌미사


2014. 10. 20.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하루 피정


 찬미예수님!

 오늘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하루 피정에 참여하신 모든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들이 들었던 말씀과 기도와 찬양이 여러분들에게 살과 피가 되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더욱 거듭나시기를 바랍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만나는 일일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거기에 응답해야만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부르심을 느낄 수도 있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르심을 느꼈다하더라도 거기에 응답할 수도 있고 응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부르시지만 사람이 그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하느님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하여튼 신앙에 있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우리가 응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이것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매 순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생활인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와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마음 깊이, 내 존재 깊이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같은 신앙생활을 해도 마지못해서, 그야말로 무미건조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참으로 기쁘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이 기쁨’ 3항에서 주님과의 만남에 대하여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합니다. 그 누구도 이러한 초대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배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길로 나서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우리는 그분께서 언제나 그곳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심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이 바로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릴 때입니다. ‘주님, 제가 잘못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수없이 주님의 사랑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기에서 주님과 계약을 새롭게 맺고자 합니다. 저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주님 저를 다시 구원하여 주소서. 구원하시는 주님의 품 안에 다시 한 번 저를 받아 주소서’ 우리가 길을 잃을 때마다 주님께 돌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가 길을 잃을 때, 우리가 지치고 힘들 때, 성체조배를 통하여 주님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주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처럼 늘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보이지 않는 분으로만 머물러 계시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 만물을 통해서 당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특히 사람을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고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십니다. 

 그런데 죄악에 빠진 우리 인간을 당신의 사랑으로 구원하시기 위하여 큰 모험을 하느님은 감행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시어 이 지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더 큰 모험을 감행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빵이 되시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날 저녁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바칠 내 몸이다.”  

 “너희는 받아 마셔라. 너희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내 계약의 피다.”

 그리고 오늘 복음(요한 6,51-58)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51)

 이 얼마나 큰 사랑입니까! 이 얼마나 큰 희생입니까! 예수님은 한 마디로 우리의 밥이 되셨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56)

 우리는 이렇게 영성체를 통하여 주님과 만나고 하나가 됩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성체조배를 통하여 주님을 만나고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 크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갚사오리!

 

 그런데 우리가 미사 때 영성체를 하고 또한 성체 앞에 조배를 했다면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주님을 만났으면 주님처럼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성체조배를 몇 시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성체조배가 성체조배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내 자신의 변화 없는 성체조배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성체조배로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을 만나고 성체의 신비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 신비를 우리가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신앙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일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기만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지 정작 이웃의 구원을 위해서는 소홀히 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바칠 내 몸이다.” 하시며 빵을 쪼개셨습니다. 빵을 쪼개셨다는 것은 당신 몸을 쪼개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남을 위해서 당신 몸을 쪼개시고 희생시키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서는 녹아 사라지셨습니다. 이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가 성체를 영하는 것은 장차 천국에서 있을 천상의 양식을 미리 맛보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것이지만, 이 지상에서부터 예수님과 하나 되어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것은 나보다는 이웃을 위하여, 세상의 구원과 평화를 위하여 내 몸을 쪼개고 희생시키고 녹아서 사라져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수님처럼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체신심 봉헌미사’를 드리면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웃을 위하여, 세상 구원을 위하여 내 한 몸 쪼개지고 남의 밥이 되어야 하겠다는 마음까지 하느님께 드려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미사 때마다 주님의 성체를 정성스럽게 영할 뿐만 아니라 성체 앞에 지속적으로 조배를 하는 우리도 예수님처럼, 성모님처럼 그렇게 살도록 도와달라고 늘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