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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문모 신부님을 생각하며 (중국 광저우 한인본당 10주년 및 견진성사 강론)
   2014/12/03  11:43

중국 광저우 한인본당 10주년 및 견진성사


2014. 11. 22.(토) 광저우 교구 주교좌성당


 먼저 광저우 한인본당 1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과 이 공동체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오늘 광저우와 둥관 교우 120여 분이 견진성사를 받으시는데 이분들에게 미리 축하를 드리며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중국에 대구교구 신부님들이 파견되어 있는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열 군데가 되는데, 광동성만 네 군데(광저우, 둥관, 심천, 홍콩)가 됩니다. 저의 이번 4박5일 간의 중국 방문으로 이 네 개의 한인 가톨릭 공동체들을 다 둘러볼 계획입니다. 

 저는 어제 심천 공항에 도착하여 먼저 둥관 한인 공동체를 방문하였습니다. 아파트 두 채를 임대하여 성당으로 꾸며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미사가 끝나니까 각 방에서 미사를 보던 아이들이 거실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였습니다. 

 오늘 오전에 이곳 광저우에 와서 이곳 교구 주교님과 점심을 같이 하였습니다. 광저우 주교님은 작년 가을에 저희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에 구면입니다. 저희 공동체를 잘 돌보아 주신 데 대하여 감사를 드렸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또 역사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만, 천주교 신앙으로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것입니다만, 먼저 한국의 천주교 신앙은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에 선교하기 위해 오신 최초의 외국인 사제도 중국인 주문모 신부님이십니다. 주문모신부님은 1794년 12월에 조선에 입국하여 6년 동안 조선의 유일한 사제로서 참으로 열심히 사목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1801년에 최초의 대박해라 할 수 있는 신유박해가 일어납니다.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고 죽임을 당하자 신부님은 자기 때문에 신자들이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자수를 결심하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맙니다. 그리하여 주문모신부님은 군문효수형을 받고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그 주문모 야고보 신부님이 지난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서 동료 123위 순교자들과 함께 복자품에 오르셨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조선천주교회가 1831년에 북경교구로부터 독립하여 조선교구가 됩니다. 그로 인하여 교황님으로부터 조선 선교를 책임 맡은 파리외방전교회의 수많은 선교사들이 중국을 통해서 조선에 입국합니다. 

 그리고 최초의 신학생인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가 중국 마카오에 가서 공부를 하였고, 공부를 마친 김대건 안드레아와 최양업 토마는 중국 상하이에서 부제품을 받았으며 또 나중에 사제품도 상하이에서 받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천주교회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왔고 중국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중국교회를 도와야 하리라고 봅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기도와 크리스마 성유의 도유로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견진성사는 우리가 예전에 받았던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하고 성령의 은혜로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확고하게 해주는 성사입니다. 

우리가 예전에 물과 성령으로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우리는 아직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또 사랑 실천의 의지가 부족하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은 특별히 성령의 일곱 가지 은혜를 받음으로써 여러분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좀 더 확고해지고 성숙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견진성사를 영어로는 ‘Confirmation’이라고 합니다. ‘Confirm’이란 말은 ‘확실하게 한다.’ ‘확고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견진’이라고 할 때 ‘견’자가 ‘굳을 堅’자입니다. ‘굳게 한다,’ ‘단단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믿음을 단단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일곱 가지 은혜를 ‘성령칠은’이라고 하는데 슬기, 통달, 의견, 지식, 굳셈, 효경, 경외심이 그것입니다. 이 일곱 가지 성령의 은혜가 우리로 하여금 진리를 깨닫게 하고 우리의 믿음을 튼튼하게 하며 우리의 의지를 강하게 하는 은혜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성령칠은의 은혜를 받게 되면 여러분들은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가지게 되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고 담대하게 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전례력이 끝나는 마지막 날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며 예수님께서 우리의 왕이심을 선언합니다. 그분 스스로 한 번도 자신을 왕이라고 하신 적이 없으신 분을 우리는 진정한 왕이시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그분이 어떤 왕이신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세상에서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이가 바로 주님 당신이시라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주님은 이렇게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는 왕이신 것입니다. 그런 분을 연중 마지막 주일에 우리는 우리의 왕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을 다녀가시고 난 뒤 한국천주교사목연구소에서 천여 명의 신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앞으로 한국천주교회가 살아가야 할 주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로 나왔습니다. 

대구교구의 2015년도 사목지침도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견진성사를 받은 성숙한 신자는 교황님과 교회의 방침이 무엇인지를 새겨듣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조금 후 성령안수기도를 한 후에 제가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로 십자표를 그어드릴 것입니다. 이 십자표는 예수님께서 우리 구원을 위하여 짊어지시고 매달시고 못박히시고 돌아가셨던 바로 그 십자가표인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그리스도의 군사요, 일꾼으로서 이 십자표를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세상에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회개시켜주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바르고 신실한 믿음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