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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쁘고 용기있는 친교의 사람 (예수성심시녀회 종신서약미사 강론)
   2014/12/08  17:16

예수성심시녀회 종신서약미사


2014. 12. 08. 10:00


 오늘 종신서약 하시는 네 분의 수녀님들, 축하드리며 주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깥 세상이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었습니다. 오늘 종신서원하시는 수녀님들을 위한 축복의 눈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멀리서 출발하는 수녀님들의 부모님들이 눈 때문에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미사에는 늦었지만 안전하게 도착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는 아홉 분의 수녀님들이 첫 서약을 하셨는데 이분들에게도 축하를 드리며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예수성심시녀회 설립일이기도 합니다. 내년이 설립 80주년이라고 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한국 교회와 예수성심시녀회를 잘 돌보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 11월 30일부터 ‘봉헌생활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2년 전에는 무슨 해가 있었지요? ‘신앙의 해’가 있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자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날인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하여 작년 11월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예수성심대축일부터 그 다음해 예수성심대축일까지는 ‘사제의 해’를 지냈습니다. 프랑스 아르스의 본당신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 선종 150주년을 기하여 모든 사제들이 그분의 성덕을 본받고자 ‘사제의 해’를 지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6월 29일부터 그 다음해 6월 29일 성 베드로 사도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까지는 바오로 사도 탄생 2000년을 맞이하여 ‘바오로의 해’를 지낸 바가 있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지난 2월에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이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곧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이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벌써 교황님께서는 우리나라를 다녀가셨고 124분의 순교자들은 복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교회 안팎으로 엄청난 일을 겪고 난 후 어느덧 2014년 마지막 달에 와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자면, 국가적으로는 지난 4월 16일에 일어났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였고, 그로인해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치를 떨고 고통을 받아야 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교회적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찾아오셔서 우리의 순교자들을 복자품위에 올려주셨고 각계각층의 사람들, 특히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셨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고통받고 소외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위로와 격려를 주시고 가셨던, 참으로 기쁘고 은혜로웠다는 기억 또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한 해가 지금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전례력으로는 대림절 새해가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대림 제1주일부터는 ‘봉헌생활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종신서원을 하시는 수녀님들만이 아니라 모든 수도자들은 봉헌생활의 해를 참으로 의미 있는, 참으로 은혜로운 해로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달 30일 ‘봉헌생활의 해’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도 생활의 쇄신에 관한 공의회 교령 ‘완전한 사랑’의 반포 50주년에 봉헌 생활의 해를 소집하면서 저는 교회 전체에, 복음 권고의 서원을 통해 좀 더 가까이서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정하신 여러분 모두가 보여주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 독특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무엇보다도 다시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씀은 교황님께서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의 서원을 통하여 더욱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한 수도생활의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모든 수도자들이 그렇게 살도록 다시 한 번 제안하고자 하신다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교황님께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기쁜 존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특히 수도자들에게 말씀하실 때 가장 많이 언급하시는 말씀이 바로 ‘기쁨’입니다. 복음의 기쁨, 수도생활의 기쁨, 봉헌생활의 기쁨입니다. 

 지난 8월 16일 저녁에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있었던 한국 수도 공동체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도 교황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즉 봉헌생활)은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보여주는 만질 수 있는 표징이며 천국의 영원한 기쁨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증거가 기쁨에 찬 것이어야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봉헌생활의  해’ 개막식 메시지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의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 여러분의 마음을 행복으로 채운다는 것을 모든 이에게 보여주십시오. 여러분에게 다가오는 이를 이 기쁨으로 전염시키십시오.”

 둘째는 ‘용기 있는 존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성령의 힘으로 세상으로 나가서 세상을 복음으로 혁신하는 힘을 보여주라고 하셨습니다. 수도자가 두려울 게 뭐 있겠습니까!

 셋째는 ‘친교의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서로 사랑하고 친교를 나눔으로써 형제애의 지칠 줄 모르는 건설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봉헌생활은 기쁜 소식을 구현하라는 부르심이고, 하느님 아버지와 형제자매들에 대한 관계 안에서 예수님의 생활양식과 행동방식을 받아들이라는 부르심인 것입니다.’(2014년 2월 2일에 발표한 교황청 수도회성 회람 <기뻐하십시오!>(Rejoice!) 5항). 그 부르심대로 사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종신서원하시는 수녀님들과 모든 수도자 분들이 ‘봉헌의 해’를 주님의 은총으로 잘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봉헌생활을 통하여 복음의 기쁨을 살고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의 증거자가 되시기 바라며 기도드립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