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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례자인 요한(가정을 위한 대림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4/12/15  13:19

가정을 위한 대림피정 파견미사


2014. 12. 13. 대림 제3주일. 교구청 교육원


 찬미예수님!

 오늘 이 피정에는 본당 가정위원회 분들과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의 봉사자들, 그리고 관심 있는 여러분들이 참여하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한 성가정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분들의 정성과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대림절과 성탄절은 가정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절기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구원하시러 오시는데 한 가정의 자녀로 오셨습니다. 마리아의 몸을 통하여 이 세상에 오셨고 마리아와 요셉과 함께 하나의 가정을 이루셨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설날과 추석에 온 가족이 다 모이지만 서양에서는 성탄절과 부활절에 가족이 다 모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저녁에는 아무리 멀리 있는 사람이라도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가서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지냅니다. 

 그런 성탄절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이 대림시기이고 이 대림시기에 가정을 위한 피정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61,1)

 이사야 예언자가 이렇게 예언한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분께서 오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 입당송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기뻐하여라. 거듭 말하니,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여라. 주님이 가까이 오셨다.”

 오늘 제2독서와 복음말씀은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1,6-8.19-28)말씀으로 세례자 요한에 대한 기사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요한 사도는 원래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습니다. 오늘 복음 내용은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의 활동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찾아왔을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요한 사도가 아직 예수님을 알기 전에, 즉 아직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을 때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온 유다인 대표들과 세례자 요한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고 전해주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유다인 대표들이 세례자 요한에게 먼저 “당신이 누구요?”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요한은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하고 대답합니다. 

 ‘그리스도’라는 말은 그리스말로 ‘기름부음 받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히브리말로는 ‘메시아’라는 말입니다. 유다인들이 요한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는 단순히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고대하는 바로 그 ‘메시아’인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서슴지 않고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러자 유다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하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도 요한은 “아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 당시 유다인들은 예언자 엘리야가 메시아보다 먼저 나타나 메시아를 백성들에게 소개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요한은 자신이 그 엘리야가 아니라고 하였지만 그가 한 일을 보면 엘리야가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미사에서 읽었던 마태오복음 17장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엘리야는 이미 왔다.”(12절)고 하셨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그 엘리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한이 매번 자기는 ‘아니다.’라고 대답하니까 유다인 대표들이 좀 당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은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소?”

 그래서 요한이 이사야 예언자의 말로 대답합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이것은 완벽한 대답이었습니다. 요한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소리일 뿐이고 말씀은 자기 뒤에 오실 그분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는 빛이 아니고 단지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이 다시 묻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이 세례를 주는 것이오?”

 요한이 대답합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여기서 요한의 사람 됨됨이가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신발 끈을 풀어드리는 일은 종이 하는 일인데 자신은 그럴 자격조차 없다고 합니다. 언제나 실제보다 더 나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들인데 요한은 그런 우리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요한은 자기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따르도록 권하였기 때문에 제자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마침내 거의 홀로 남게 되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우리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세례자 요한과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일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지내는 합당한 자세인 것입니다.

 요한은 요르단 강에서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를 사도 요한과 구분하기 위해서 ‘세례자 요한’이라고 부릅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에게 회개하라는 표시로 물로 세례를 주었습니다.

 ‘회개’는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개는 단순히 자신의 잘못을 통회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진면목을 살펴보게 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이 세례자 요한에게 했던 질문은 어떻게 보면 우리들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누구요?”(요한 1,19)

 이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입니까?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이오. 내 인생의 목적은 주님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고 사람들을 그분께로 인도하는 것이오. 나는 그분의 일꾼, 심부름꾼이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바를 기쁘게 수행하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오늘은 자선주일이며 기쁨의 주일입니다. 단순히 물질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님으로 인해 오는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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