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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성탄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 강론)
   2014/12/26  15:45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


2014. 12. 25 주교좌 계산성당


 성탄 축하합니다. Merry Christmas! 

 우리가 그토록 고대했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시길 빕니다.

 어제 밤에 저는 영천 나자렛집에 가서 성탄밤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나자렛집에는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 300여 분이 모여 삽니다. 마침 김관용 도지사님 내외분과 영천시장님 내외분도 미사에 참석하셨는데 미사 후에는 저와 함께 산타 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드리는 행사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성탄절이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 말은 ‘기쁜 성탄절입니다.’ 혹은 ‘기쁜 성탄절 되십시오.’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성탄절이 왜 기쁩니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산타가 선물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탄절이 예수님의 생일을 말하는 것인데 정작 예수님은 안 계시고 산타 할아버지만 있는 것 같아서 좀 서운하기도 합니다. 사실 예수님 없는 산타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성탄절이 왜 기쁩니까?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죄와 죽음과 고통에서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셨기 때문에 기쁜 것입니다. 이 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에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원래 우리 인간을 당신 모상대로 창조하셨습니다.  우리들에게 당신의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자 사람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죄를 짓고 하느님께 등을 돌림으로써 하느님께서 주신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고 죄와 죽음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죄 중에 있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내용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영원으로부터 계시고 창조주이시고, 생명과 빛의 원천이신 그분께서 참으로 사람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써 하느님과 똑 같으신 그분이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천지가 개벽하는 일입니다.  

 요한복음사가는 요한복음 3,16-17에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우리의 인생이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지 않게 되었고, 슬픔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기쁨과 희망 속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쁜 성탄절인 것이다.  

 이 성탄의 기쁨을 다함께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먼저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누어야 합니다. 주님의 성탄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나누세요. 카드나 전화나 문자로도 나누세요. 그리고 이웃과, 내 옆 사람과도 나누세요. 기쁨을 나누고 감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험난했던 한 해를 잘 살아온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하고 말하십시오. 

 특히 우리는 전후방에서 이 추운 날씨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하거나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국군아저씨들, 이북의 형제자매 동포들,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 불편한 몸으로 병원이나 집에 누워 계시는 분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벌어먹기에 급급하도록 너무나 가난하여 성당에 올 시간도 없고 또 성탄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 부모가 버린 아이들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지내시는 어르신들,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그분의 삶을 닮도록 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시지만 피조물인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인간 위에 군림하지 않으시고 사람 속에 들어와 사람들을 지극히 사랑하셨던 것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느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 11,28-29)

 우리 영혼이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예수님 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예수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는 참으로 나라 전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한꺼번에 304명의 귀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절망과 슬픔에 잠겼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지난 8월에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고 슬픔에 잠긴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124위 우리 순교자들을 시복시켜 주셨고 수많은 아시아의 젊은이들을 만나서 대화하시고 희망과 용기를 주시고 가셨습니다. 

 우리는 이 물질적이고 이기적이고 혼란한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바른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다녀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분처럼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분을 그대로 다 따라서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나마 따라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부유함을 버리고 가장 가난한 이가 되셨습니다. 이것이 성탄입니다. 

 우리 교구는 내년도 사목지표를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교회가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며칠 전에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이런 갈등 구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때문이며, 또한 끊임없는 여야 간의 정쟁 때문이며, 그리고 점점 커져가는 경제적인 양극화 현상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 모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할 때 진정한 성탄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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