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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난한이에게 나타나신 성모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5/01/05  17:58

  찬미예수님

  6년 만에 루르드에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2008년도에 제가 보좌주교일 때, 교구 100주년을 앞두고 성지 순례단을 이끌고 이곳을 방문했었습니다. 교구 주보이신 루르드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교구 설정 100주년을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하기 위해 왔었습니다.


  그 때는 파티마에서 시작해서 여기 루르드까지 왔었습니다. 이번에는 루르드에서 시작해서 안세화 주교님(스트라스부르 교구)과 김보록 신부님이 태어나시고 성장하셨던 곳(벨포르 교구 )까지 가게 됩니다. 재 유럽 대구대교구 사제 연수가 끝나면 순례단이 도착하고 저는 그들과 함께 순례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떠날 때 몸이 좀 좋지 않았는데 루르드에 와서 회복이 다 되었습니다. 성탄을 맞으면서 쌓였던 피로도 있었고 성탄 전에 한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난 뒤부터 몸살을 앓았는데 이곳 루르드에 와서 다 나은 것 같습니다. 루르드는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습니다. 


  오늘은 성탄 팔부축일의 마지막 날입니다. 새해 첫 날이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새해 첫날에 보내고 있습니다. ‘천주의 모친’이라는 이 칭호를 성모님께서 갖게 됐는데 이 믿을 교리는 에페소 공의회(431년) 때 결정되었습니다.


  에페소는 현재, 이슬람 국가가 된 터키에 있습니다. 5세기에 그곳에서 공의회가 열렸는데, 공의회가 열리는 동안에 신자들이 촛불을 들고 성당 주변에서 밤새도록 기도했다고 합니다. ‘천주이 모친’이라는 교의가 통과되도록 밤새워 기도했던 것입니다. 이 교의가 왜 그렇게 중요하냐? 하면,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냐?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냐? 라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시지만 하느님의 아들로서 우리를 구원하러 세상에 오신 구세주시다는 것을 바로 이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라는 칭호가 주는 것입니다.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는 우리 교구 제1주보입니다. 며칠 후 1월4일, 우리 교구 첫 주교님이신 안세화 (플로리앙 드망즈) 주교님과 대구의 첫 본당 신부인 김보록 (아르쉴르 로베르)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떠나는 순례의 출발을 이곳 루르드에서 하게 됩니다. 100주년을 지내고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만 특별히 성모님께서 우리 교구를 잘 보살펴 주시도록 함께 기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한 해 우리나라는 참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특별히,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망연자실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고 놀랐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상처를 입고 갈라지고 서로 간에 분열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었습니다. 새해엔 이런 상처들이 치유되고 이런 아픔들을 딛고 새롭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작년은 우리 교회로서는 아주 은혜로운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 오셔서 124분의 순교자들을 복자로 올려주셨고, 많은 어려운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시고 격려해 주시고, 또 청년들에게는 희망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교황님의 말씀과 행보를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또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 다녀가시고 난 뒤 한국사목연구소에서 한국천주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겠느냐? 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가장 많이 나온 것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인 ‘복음의 기쁨’은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대구대교구 재 유럽사제연수에서 ‘복음의 기쁨’을 가지고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은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소외된 이들, 가난한 이들에 대한 헌신, 그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루르드 순례에서 새롭게 느끼는 것은 성모님께서 이렇게 가난한 동네, 가난한 이들, 오직 하느님만 의지하고 사는 가난한 사람에게 발현하신다는 것, 성모님께서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벨라뎃다에게 나타나셨는가? 14살, 배우지도 못한 그런 아이에게 나타나셨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벨라뎃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이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고 보잘것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파티마의 성모님, 바너의 성모님, 그리고 루르드의 성모님까지 성모님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보잘 것 없는, 정말 의지할 곳이라고는 하느님 밖에 없는 사람에게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우리 교회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복음의 기쁨’은 답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바로 그것을, 지금 우리는 연수를 통해 듣고 묵상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어머니와 같은 교회, 늘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교회이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오늘날 우리 교회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2015년 대구대교구의 사목지표도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입니다. 교황님께서 강조하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차 교구 시노드의 결과를 차례대로 추진하는 주제입니다. 올해의 사목지표는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부합됩니다. 우리 사제들부터 이런 인식,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금년은 양띠해입니다. 이 자리에도 양띠 사제가 2명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양 냄새가 나는 목자가 되라.”고. 어떻게 하면 양 냄새가 많이 날까요? 목자에겐 목자 냄새가 나야하는데 양 냄새가 많이 나는 목자가 되라고 하십니다. 양 냄새가 많이 나기 위해서는 양들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양들에게서 동 떨어져서 살면 양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양치는 목자는 밤을 새워도 양들과 함께 밤을 새우곤 합니다. 양들과 함께, 그들과 함께 희로애락,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목자,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하는 목자가 양 냄새가 나는 목자입니다. 교회는 이런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중심에 서 있는 사제가 먼저 모범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은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교황님께서 “더 이상 종이 아니라 형제자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평화의 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오늘 제2 독서에 나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갈라 4,7).” 


  교황님께서는 담화에서도 그러셨지만 평소에도 가난한 이들과 또 그들을 위한 연대와 형제애를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자녀라는 것,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 형제자매라는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내 민족, 내 핏줄을 넘어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모든 이들을 바라보고 삽시다. 우리 자신이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앞장서면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 됩니다.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다양한 형태로 노예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여러 번 지적하셨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고, 북한 주민들은 매우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형제라는 의식을 가지면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한 형제자매로서 한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고 평화로이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와 저희 나라와 세계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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