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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루르드의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
   2015/01/10  13:16

  찬미예수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는 2015년 새해를 루르드에서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양띠 해입니다. 양띠 해, 양처럼 모든 사람이 온유하고 겸손한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난 주일, 루르드에 와서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부터 1월2일 금요일까지 대구대교구 재유럽 사제 연수를 했었습니다. 폴란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피정의 집에서 신부님들 24명이 연수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갔고, 프랑스 신부님들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 중이신 배재근 신부님이 여러분들과 함께 프랑스-벨기에 성지순례를 동행합니다.


  저는 루르드를 여러 번 왔는데 늘 겨울에 왔습니다. 순례 적기는 봄부터 가을까지라고 하는데 순례자들이 많이 올 때는 하루에 수 만 명씩,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겨울은 오늘처럼 대체로 한산한데 조금 춥지만 조용해서 기도하기에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2008년 11월에 교구 100주년을 앞두고 제가 보좌주교일 때 순례단을 이끌고 파티마에서 시작하여 루르드까지 순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교구 설정 100주년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했었습니다. ‘교구 시노드, 100주년 대성당과 교구 100년사 편찬 사업’ 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순례를 했었습니다.


  그러고는 6년 만에 다시 루르드를 찾았습니다. 교구 설정 100주년을 지낸 지 3년이 흘렀지만 루르드 성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 교구를 잘 보살펴 주시도록 다시 한 번 도움을 청합니다. 안세화주교님과 김보록 신부님 두 분 다 성모님을 무척 사랑하신것 같습니다. 김보록 신부님도 계산본당을 지으면서 주보 성인으로 루르드의 성모님을 모셨습니다. 예전에는 계산성당을 성모성당 또는 성모당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성모님을 주보로 했으니까 그렇게 칭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안세화 주교님께서 1911년 6월 26일에 대구로 부임하셨습니다. 부임 후 처음으로 맞은 주일이 7월 2일이었는데 그 미사를 계산성당에서 봉헌했습니다. 그 때 교구 주보로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를 모시고 성모님께 도와달라며 기도하며 세 가지의 청원을 드렸습니다. 그것은 ‘주교관 건립과 신학교 설립, 그리고 주교좌 성당 증축’ 이었습니다. 은혜로우신 성모님께선 빠른 시간 안에 이 모든 청원을 다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주교님은 이 청원이 다 이루어지던 해인 1918년에 성모님께 감사드리면서 지금의 성모당을 건립하여 봉헌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순례를 하였습니다. 방앗간이었던 벨라뎃다 성녀의 생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시기에 임시로 거주했던 감옥, 성녀가 세례 받은 성당도 순례하였습니다. 벨라뎃다에게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주신 메시지는 많습니다. 그 중에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서 기도하라. 나는 원죄없이 잉태된이다.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비오 9세께서 반포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교의가 이곳 루르드에서 벨라뎃다 성녀를 통해서 확인이 된 것입니다. 이어지는 메시지로 " 이 곳의 물을 마시고 씻어라. 이 자리에 성당을 지어서 순례하도록 하라." 라는 메시지를 주셨고 그렇게 하여 지금의 루르드 성지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수 많은 교우들이 이 성지를 순례하며 성모님께 기도하고 회개의 은총을 청하고 이 물을 마시며 치유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루르드 성모님이 발현하신 바로 그 동굴 위에 세워진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이 성지에서 기도하고 회개하며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깨끗하게 씻어야 겠습니다. 회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진심으로 회개하며 필요한 은혜를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안세화 주교님은 신학생이셨던 1895년에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를 하셨는데 입회를 앞두고 루르드에 오기를 결심합니다. 차도 없던 시기에 이곳에 오고자 하신 목적은 부모님께서 자신이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도록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한다는 것은 외국에서 죽을 때까지 선교사로 산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엄청난 허락을 부모님께 받기 위해서 루르드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고자 파리에서 여기까지 왔던 것입니다. 주교님은 1898년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사제가 된 지 한 달 만에 한국으로 출발을 하셨습니다.


  김보록 신부님(1876년 서품)은 안세화주교님(1898년 서품)보다 22년 선배입니다. 신부님도 서품 한 달 후 한국으로 출발합니다. 그 때는 중국을 통해서 왔습니다. 병인박해(1866년)는 끝났지만 아직 종교자유가 선포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계속된 박해의 여파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리텔 주교님은 조선에서 추방이 되어 만주에 계셨습니다. 김보록 신부님은 만주에서 리텔주교님을 만나 뵙고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기회를 기다리다가 조선에 밀입국(1876년)하십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 천주교회와 대구교구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순례는 루르드에서 시작하여 안세화주교님과 김보록신부님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공부하신 곳을 방문합니다. 이미, 파리에서 두 분이 공부하셨던 파리외방선교회와 신학교를 방문하였습다. 파리외방전교회는 수도회가 아니라 선교를 위한 전교단체입니다. 교구 신학생이나 사제들 중에서 지원자를 선발하여 외국에 선교사를 보내는 단체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공현'이라는 말은 '인류의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이 공적으로 드러났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2장) 말씀을 보면, 동방박사 세 사람을 통해서 주님의 탄생이 알려지게 됩니다. 우리는 매년 주님 공현 축일에, 동방박사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넓은 의미로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님을 경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시는 것과 첫 기적을 행하신 가나혼인잔치에서의 기적도 공현 사건의 연속입니다. 이런 사건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당신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2008년에 오스트리아 짤츠부르그에 갔었습니다. 우리 교구와 짤츠부르그 교구의 자매결연 40주년에 초대되어 축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때 가서 보니까 짤츠부르그 교구는  ‘주님공현대축일’을  해외 자매교구와 해외 선교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짤츠부르그 교구는 1968년에 교구 시노드를 마무리 하면서 시노드의 후속으로 3개 대륙의 3개 교구와 자매결연을 맺게 됩니다. 아시아 대륙은 자매교구로 대구교구, 아메리카 대륙은 볼리비아의 이냐시오 교구, 아프리카 대륙은 콩고의 한 교구가 그 당시 자매결연을 맺었던 것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시기에 우리 교구는 오스트리아나 미국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부인회와 짤츠부르그 교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도움의 한 예로 주님공현대축일에 어린이들이 삼왕놀이를 합니다. 삼왕놀이를 하면서 집집마다 방문하여 성탄과 공현의 기쁨을 노래하고 가정 축복을 청하면서 받는 헌금을 모아서 해외 어려운 교구를 도왔다고 합니다. 우리 교구도 이런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1990년대에 와서는 우리 교구는 더이상 외국 교회의 도움을 받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해외선교를 나갑니다. 1990년대 초부터 20년이 넘게 해외에 선교사를 꾸준하게 파견했습니다. 작년(2014년)에는 북경 파견 20주년을 지냈습니다. 사할린에 원유술 신부님, 카자흐스탄에 김동기 신부님, 볼리비아에 최창호 신부님 등이 우리 교구 선교의 첫 세대로 사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앞서 선교사제로 살아주신 신부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현재, 볼리비아는 8명의 사제들이 3개 본당을 맡고 열정적으로 선교를 살고 있습니다. 3년 전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도 선교사제를 파견하였습니다. 남종우 그레고리오 신부님과 배재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이 사목을 하고 계십니다. 파키스탄에도 작년 2월부터 김호균 마르코 신부님이 선교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이 곳 프랑스에도 선교사제를 파견하였습니다. 박준용 유스티노 신부님이 김보록 신부님의 고향인 벨포르교구에서 그 삶을 시작했습니다.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도움을 주던 유럽교회들이 지금은 사제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보은과 함께 보편 교회 간의 연대를 위해 지원자를 받아서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세계 보편교회를 위해 젊고 성소가 많은  지금 우리 교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가 선교이며 복음선포이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 ‘복음의 기쁨’이라는 사도적 권고를 통해 강조하시는 것도 오늘날 현대 세계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선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효과적인 복음 선포를 위해 교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또 어떤 말을 해야하는가? 어떤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연유에서 이번 대구대교구 재유럽사제연수를 이 책을 갖고 공부하였습니다.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사시는 모습 자체가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의 선교의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세화주교님과 김보록 신부님도 박해가 채 끝나기도 전인 어렵고 위험한 시기에 우리나라에 와서 복음을 전하며 평생 사셨는데 이 분들 또한 우리들의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했겠습니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그렇게 사셨던 것입니다. 이런 삶의 자취를 찾아서 지금 우리는 성지 순례를 루르드에서 시작합니다. 안세화주교님과 김보록 신부님의 은혜를 생각하면서 그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입니다.


  동방에서 온 세 사람의 박사를 통해서 주님의 성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듯이 우리들을 통해서 복음이 선포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복음이 온 땅에 퍼지도록 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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