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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완전한 봉헌 (2015년 부제서품 미사 강론)
   2015/01/21  18:58

부제서품 미사


2015. 01. 20. 성 김대건 기념관


 오늘 이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열네 명의 신학생들이 부제품을 받게 됩니다. 부제가 되면 성직자가 되는 것이고 교회의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참으로 이 사람들이 오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미사 중에 이 형제들에게 하느님께서 큰 은총을 내리시어 이들이 부제로 서품되어 훌륭한 성직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다하여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 6장을 보면, 사도들은 기도와 복음 전파에 전념하기 위해서 자신들을 도와줄 봉사자들을 뽑는데, 평판이 좋고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일곱 사람을 뽑아서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 일곱 사람이 최초의 부제들입니다. 

 그러면 부제는 어떤 사람입니까? 부제서품예식서에 나오는 주교 훈시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성령의 은사로 힘을 얻어 주교와 사제를 도와주며, 말씀과 제단과 애덕에 봉사함으로써 모든 이의 종임을 드러낼 것입니다.”

 예식서에 나와 있듯이 부제는 한마디로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부제를 라틴말로 ‘Diaconus’ 라고 하는데 이 말의 원 뜻은 ‘봉사’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디에 봉사하느냐 하면, 말씀과 제단과 애덕에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재작년 ‘신앙의 해’를 마치면서 발표하신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의 핵심 내용은 결국 복음 선포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세계에 있어서 효과적인 복음 선포를 위해서 오늘날 교회와 복음 선포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결론으로 마지막 장에서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 선포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 선포자는 기도하며 일하는 복음 선포자입니다.’(262항) 기도와 일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기도가 없으면 우리의 모든 활동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우리의 선포는 공허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만 아니라 삶으로, 무엇보다도 하느님 현존으로 변모된 삶을 통하여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복음 선포자를 바라십니다.’(259항)

 ‘그분의 모범에 따라 우리도 사회 속에 깊이 들어가 모든 이와 삶을 나누고, 그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물심양면으로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 주어야 합니다.’(269항)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6-28)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섬기러 왔고 당신 목숨을 바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그렇게 살라고 하시는데 우리들은 그 근처에도 못 가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신부님께서 새로운 본당에 부임하여 인사를 하면서 ‘저는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어느 노신사가 그 신부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 신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사제보다는 존경받는 사제가 되십시오.” 

 그 얘기를 듣고 ‘한 방 먹었구나.’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자들의 사랑받는 사제가 아니라 신자들을 사랑하는 사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존경받는 사제가 될 것입니다.


 부제가 될 사람은 오늘 몇 가지를 서약하게 되는데 특별히 독신과 순명을 서약합니다. 이제 앞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서약하고 그리고 주교에게 순명할 것을 서약하는 것입니다. 수도자들이 수도원에 입회한 지 일정기간이 되고 수련을 마치면 종신토록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살 것을 서원하는 종신서원을 하듯이 부제가 될 사람도 성직자가 되는 것이기에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들 앞에서 공적으로 서약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독신과 순명을 특별히 서약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하느님과 교회와 사람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봉사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이것은 바오로 사도께서 코린토 1서 17장에서 말씀하셨듯이 ‘사람을 속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오직 주님만을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가 독신과 정결을 지키는 이유는 주 그리스도께 대한 순수한 사랑의 표현으로서 세상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일편단심으로, 그리고 자유로이 하느님과 사람들을 섬기는,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살고자 함인 것입니다. 

 올해가 교황님께서 정하신 ‘봉헌생활의 해’입니다. 그런데 수도생활만 봉헌생활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성직생활도 봉헌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봉헌생활’이라는 말은 하느님께 바쳐진 삶을 말합니다. 자신을 하느님께 바친 삶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청빈이요 정결이며 순명인 것입니다. 청빈과 정결과 순명은 세상 사람들이 쫓아서 사는 패턴과는 정반대의 삶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청빈이 아니라 부와 물질을 얻으려고 애를 쓰며, 정결이 아니라 쾌락과 욕정을 쫓아서 살고, 순명이 아니라 자유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반대로 가난하게 살라 하고 정결을 지키라 하며 순명을 따르라 하니 그렇게 사는 그 자체가 희생이고 봉헌인 것입니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는 것을 봉헌이라 하지 않습니다. 아무나 하지 않기에 우리가 큰 뜻을 가지고 주님과 교회를 위해 그런 희생을 바치겠다고 하니까 봉헌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주님의 첫 제자들이 배와 그물과 아버지를 버리고 주님을 따랐듯이 세상 것을 다 버리고 깨끗한 부제복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한 봉헌인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완전한 봉헌을 원하십니다. 

 그래서 우리 성직자 수도자들이 아름답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오직 주님만을 섬기며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신자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시고, 특별히 오늘 부제품을 받게 될 이 형제들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사람들의 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귀한 아들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헌해주신 데 대하여 하느님께서 큰 은혜로 보답해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