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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변방으로 가라 (사제서품 미사 강론)
   2015/01/23  9:55

사제서품미사


2015. 01. 21. 성김대건기념관


 오늘 우리 교구 제2주보성인이신 이윤일 요한 성인 축일에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한 30여 년 전에 이날 사제서품을 받으신 신부님들이 더러 계실 것입니다. 올해는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탄생하신 지 200주년이 해이기 때문에 더욱 뜻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올해가 성인께서 탄생하신 지 200년이 되었다고 하니까 거슬러 올라가면 1815년에 탄생하셨다는 것인데, 1815년은 또한 경상도 박해인 을해박해가 일어난 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올해는 성 이윤일 요한 탄생 200주년이며 을해박해 200주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덕정 순교기념관에서는 “은총과 영광의 200주년”이라는 주제로 ‘제24회 성 이윤일 요한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제20회 청소년 윤일제’를 지냈고, 삼덕성당에서는 ‘제 2회 청년 윤일제’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해 8월 16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서 200년 전에 대구에서 순교하신 을해박해 순교자들 중에서 열한 분이 복자가 되셨습니다. 이러한 큰 은혜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열일곱 분의 부제님들이 사제품을 받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이 사람들에게 큰 은총을 내리시어 참으로 당신 마음에 드는 사제로 태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윤일 요한 성인과 124위 복자들께서 이 부제들을 위해 하느님께 열심히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지난 연말연시에 저는 프랑스 루르드 성지에서 5일간 재유럽사제모임을 마치고, 교구 평신도 임원들과 계산본당 사목회 임원들과 함께 ‘안세화 주교님과 김보록 신부님의 자취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성지순례를 하고 왔습니다. 이번 성지순례의 주된 목적은 우리 교구가 100주년을 잘 지낸 데에 대하여 우리교구 제1주보이신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며, 우리 교구 초대주교님이신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과 대구본당 첫 본당신부이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정은 잘 진행되었고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으로 뜻 깊은 순례를 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김보록 신부님의 고향은 리옹에서 스트라스브르그 사이에 있는 벨포르 교구인데 그곳 주교님과 시장님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도착하던 날 저녁에는 주교좌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렸고, 그 다음 날 오전에는 김보록 신부님께서 태어나시고 세례를 받으신 시골 고향(쏠로 Saulnot)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미사 후에는 신부님의 가족들과 친척들의 후손들을 만났으며 그분들이 차려주는 점심을 같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스트라스부르그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 안주교님의 고향인 쏘쉬르(Saulxure)의 미셀성당을 찾아가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안주교님은 초등학교 1-2학년까지만 그곳에서 살았고 부모님이 일찍 파리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후손이나 친척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교구가 100주년을 지낸 지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만, 저는 100주년을 준비하고 지내면서 언젠가는 이 두 분 성직자의 고향을 방문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이번에 실행에 옮겨지게 된 것입니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습니다만, 한 150여 년 전에 그분들이 태어나고 세례를 받고 신앙을 키웠던 고향을 방문하고 그분들의 가족이나 친척의 후손들을 만났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교와 같은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있고 대구교구가 있는 것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1895년 대신학생 때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하기로 결심을 하고 외방전교회 총장신부님의 허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래서 드망즈 신학생은 이런 자신의 결정에 부모님께서 축복해 주시도록 기도하기 위해서 그 해 여름방학 때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로 순례를 떠납니다. 그 당시 교통수단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리에서 루르드까지의 그 먼 길을 갔다 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 부모님의 축복이 필요하냐 하면 아들이 외방전교회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되어서 국내에서 사목을 하면 수시로 아들 사제를 볼 수 있지만, 그 당시 낯선 외국에 가서 선교를 한다는 것은, 생명의 위험은 제쳐두고라도 평생을 그 나라에서 선교하다가 뼈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영영 못 볼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드망즈 신학생은 그 먼 길을 마다하고 루르드의 성모님께 가서 자신의 결정에 부모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대구의 초대 본당신부인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은 37년간 대구에서 선교하다가 1922년에 선종하셨고, 초대 교구장이셨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은 대구의 주교로서 27년간 교구를 이끄시다가 1938년에 선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두 분은 우리 교구 성직자 묘지에 묻혀 계십니다. 

 오늘 복음(루카 9,23-26)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23-24)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쳤던 순교자들이나, 그 옛날 아무 것도 몰랐던 조선 땅에 파견되어 전심전력으로 선교를 하셨던 선교사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몸으로 살았던 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이 흘리신 피와 땀이 그리스도인의 씨앗이 되어 오늘날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그분들처럼 후대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2014년은 안세화 주교님께서 세우신 유스티노 신학교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그래서 대구가톨릭대학교가 지난해 100주년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안주교님은 당신이 주교로 계시는 동안 100명의 방인사제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선종하실 때까지 43명의 사제로 그쳤습니다만 일제강점기 초기의 그 어려운 시절로서는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유스티노 신학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신학교를 통하여 그동안 많은 사제가 배출되었습니다. 오늘도 17명의 사제가 탄생하지만 아직도 많이 모자랍니다. 보좌신부를 달라는데도 주지 못하는 데가 몇 군데가 있습니다. ‘추수할 일꾼이 모자라니 추수할 일꾼을 더 보내달라고 청해야’ 할 것입니다.

 작년에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출신 교구인 프랑스 벨포르 교구에 우리 교구 신부님 한 사람을 파견했는데 아주 잘 적응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1년가량 불어 공부를 하였는데 이번에 새 소임을 받을 것 같습니다. 100년 전에 김보록 신부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되갚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한 20여 년 전부터 해외선교를 시작하여 지금은 남미와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등지에 여러 신부님들이 나가서 선교를 열심히 잘 하시고 계십니다. 이 또한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입니다. 그리고 다음 달 4일에는 성모당에서 이번에 해외선교를 떠나시는 네 사람의 신부님들을 위한 파견미사가 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선교지였던 한국이 이제 선교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보편교회는 여러분이 세계에 파견한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을 통하여 계속해서 혜택을 받고 있다.’(한국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하신 말씀)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교황님께서는 ‘선교하는 교회, 세상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을 따르도록 요청받고 있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20항)

 “복음의 기쁨은 선교의 기쁨입니다.”(21항) 사제는 기본적으로 선교사라는 인식을 늘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저는 최근에 선교는 곧 순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자(사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순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온 생애를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24항)

 오늘 사제품을 받게 되는 열일곱 분의 부제님들은 자신이 복음의 기쁨을 살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복음의 기쁨을 살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의 일꾼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제 세상에 나가 주님의 제자요 목자로서 열심히 살아가시기를 다시 한 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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