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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한 시간 (세계 병자의 날 미사 강론)
   2015/02/12  10:4

교구 주보축일 및 병자의 날 미사


2015. 02. 11. 성요셉요양병원, 대구가톨릭치매센타


 찬미예수님! 

 오늘 ‘제 23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성요셉요양병원과 가톨릭치매센타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에 몸담고 계시는 모든 분들, 특히 요양을 위해 입원하신 모든 환우분들에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영육 간에 건강을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그리고 환우분들을 돌보고 간호하고 치료하시는 의료진들과 봉사자 여러분들에게도 하느님께서 축복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 교구를 늘 보호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이 어떻게 해서 ‘세계 병자의 날’이 되었는가 하는 것을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 루르드에 가면 성모발현성지가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성지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성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성수기에는 하루에도 수만 명의 순례객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의 조그만 시골 마을인 루르드에서 당시 14세 소녀인 베르나데트에게 열여덟 차례 나타나셨습니다. 세 번째 발현하신 날 성모님께서는 베르나데트에게 동굴 앞에 샘을 파서 그 물을 마시라고 하여 그렇게 했더니 샘물이 나왔고 그 물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그 물에 몸을 씻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열여덟 번의 성모님의 발현이 있고 난 뒤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사건은 성모님의 발현 기적으로 교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루르드 성지를 찾아와 기도를 드리고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합니다. 그 중에서 또 수많은 사람들이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루르드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에 1992년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성모님 발현 첫날인 2월 11일을 해마다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하여 모든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 기도하고, 더불어 병자들을 간호하고 치료하는 의료인들의 봉사와 헌신을 위하여 기도하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이 미사에는 병원에서 일하시는 의료진과 경영진, 그리고 많은 봉사자분들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어떤 정신과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봉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예수님처럼, 그리고 성모님처럼 환자들을 대하라는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어떤 사람의 청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나환자나 악령 들린 사람이나 그 어떤 사람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어떤 누구도 손을 대시고 낫게 해 주셨습니다. 그날이 일을 할 수 없는 안식일이라도 환자들의 청을 다 들어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쉬실 겨를도 없고 식사할 시간도 없었지만 밀려오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으시고 다 만나주시고 낫게 해주셨던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도 예수님처럼 그렇게 사람들을 대했을 것입니다. 자애롭고 인정이 많으신 분이셨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청도 거절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2장)은 가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잔치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누가 먼저 그 사실을 알아차렸습니까? 성모님이십니다. 

 요즘 같으면 잔치 집에 술이 떨어져도 가게에 가서 사온다든가 전화 한 통만 하면 배달해 주지만, 2000년 전 그 당시에는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잔치 집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이겠습니까? 

 성모님은 남의 어려운 사정이나 곤란한 사정을 다 살피십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모성으로서 따뜻함과 섬세함과 관심과 배려가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잔치 집의 곤란한 사정을 아신 성모님께서 예수님께 다가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애야, 이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구나.”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머니,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 당신께서 기적을 베풀어서 당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때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이 겉으로는 거절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성모님은 예수님의 속마음을 아시기 때문에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저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가 되지 않았지만 성모님의 청을 듣고서 물을 술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베풀어 주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과 성모님은 참으로 자애로우신 분이십니다. 

 오늘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담화문을 발표하셨는데, 담화문 주제가 ‘나는 눈먼 이에게 눈이 되고 다리 저는 이에게 다리가 되어주었지’라는 욥기(29,15)말씀입니다. 이 말씀처럼 우리가 그렇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아픈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거룩한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눈먼 이에게 눈이 되어주고 다리 저는 이에게 다리가 되어주는 마음과 자세로 환자분들과 함께 하는 거룩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우리의 생사를 주관하시는 분은 천지의 창조주이시며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우리의 기도를 전달해 주시는 분은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소원이 자애로우신 성모님의 전구로 꼭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그리고 오늘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많은 환우분들이 성모님의 전구로 건강이 회복되고 또 깊은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