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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맨발의 길 (예수의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 기념미사 강론)
   2015/03/31  9:58

예수의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 기념미사


2015. 03. 28. 대구 가르멜 수녀원


 우리는 지금 예수의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성녀께서는 스페인 아빌라에서 1515년 3월 28일 태어났으니까 500년 전 바로 오늘 태어나신 것입니다. 오늘 세계의 거의 모든 가르멜 수도원에서 성녀의 탄생 500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되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예수의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을 맞이하여 모든 가르멜 회원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500년 전 ‘맨발의 가르멜회’를 세우신 데레사 성녀의 창립정신을 잊지 마시고 잘 이어가시길 바라며, 이를 통해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교회에는 큰 유익이 되기를 바랍니다.

 

 데레사 성녀가 누구신지는 다 아시지요? 오늘날의 ‘맨발의 가르멜회’의 창립자이십니다. 그리고 신비가이시고 관상가이시며 열정적인 개혁자였으며 또한 여성으로서 최초로 교회학자의 칭호를 얻으신 분입니다. 수도명이 ‘예수의 데레사’입니다.

 또 한 분의 유명한 데레사가 계시지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입니다. 일명 ‘소화 데레사’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분과 구분하기 위해서 예수의 데레사 성녀를 ‘대 데레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봉헌생활의 해’를 맞이하여 특히 가르멜회는 큰 은총의 해를 맞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맨발의 가르멜회의 창립자이신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탄생 500주년을 맞이하였고 또 소화 데레사 성녀의 부모인 루이 마르땡과 젤리 마르땡이 올 10월에 시성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부가 동시에 시성되는 일은 역사상 처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지팡이가 작년 10월 15일부터 세계 28개국을 순례하고 난 뒤 지난 11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하였다고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지팡이에 친구하시고 잠시 동안 기도하시고 난 뒤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할매가 이걸로 걸으셨다고?”

 성녀의 지팡이는 오늘 스페인에 도착하게 되고 4월부터 7월까지 스페인 내에서 데레사 성녀의 창립지와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의 다른 주요 장소들을 순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지팡이가 우리나라에도 왔다갔지요? 서울(가르멜 수녀원)과 밀양(가르멜 수녀원)에 왔다갔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앗 리미나(Ad Limina Apostolorum ; 사도좌 정기방문)’를 위해 로마를 다녀왔습니다. 성 베드로 사도와 성 바오로 사도의 무덤을 참배하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도 로마에서 하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로마를 떠나오기 전날 오후에 저는 로마에서 공부하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과 함께 로마 시내에 있는 몇 개의 성당들을 순례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신부님이 로마에 있는 가르멜 수녀원 성당에 성녀 데레사의 발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왔던 성녀의 지팡이는 보지 못했지만 지팡이보다도 더 중요한 성녀의 발이 있다고 하니까 눈이 번쩍 띄어서 우리는 서둘러서 택시를 타고 트라스테베레 쪽에 있는 그 수녀원 성당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성당 안에는 성녀의 발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녀님한테 물어봤더니 성녀의 발이 외출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성녀의 발이 탄생 500주년을 맞이하여 다른 수도원이나 성당으로 순회 전시를 위해 가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성녀께서는 살아계실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후에도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셔서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가르멜 출신이신 정순택 주교님한테 성녀 데레사의 발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더니 하시는 말씀이, ‘성녀의 발이 한 번 움직이려면 경찰들이 호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멀리는 안 가셨을 것이라고, 아마 시내 어딘가에 계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다음 날 로마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성녀의 발이 있는 곳을 더 이상 찾아가지 못하고 아쉬움을 안은 채 로마를 떠나와야 했습니다. 저는 2008년 11월에 저희 교구 100주년을 앞두고 교구 순례단을 이끌고 파티마에서 시작하여 루르드까지 순례를 한 적이 있습니다. 파티마에서 루르드까지 가려면 스페인을 거쳐야 하는데 스페인에는 유명한 성인들의 성지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의 여러 성지를 순례하였는데 특별히 데레사 성녀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신 알바데토르메스 수녀원을 방문했던 것을 잊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성녀의 심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녀의 지팡이나 성녀의 발이나 심장을 보았든 못 보았든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맨발의 가르멜회의 창립자이신 성녀의 가르침과 정신을 우리들이, 특별히 가르멜 회원들이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려운 시대마다 그 시대에 필요한 분을 보내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태어난 16세기는 교회가 개신교의 종교개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보내주셨고, 그리고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보내주셨습니다. 

 성녀 데레사는 분열과 혼란에 휩싸인 교회에 영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개신교 종교개혁가들에 맞서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수호하는 사제들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성녀는 이러한 자신의 뜻을 복음정신으로 철저히 사는 가르멜 수녀들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철저한 기도와 희생적인 삶을 통해 교회에 영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태어난 것이 ‘맨발의 가르멜회’인 것입니다. ‘맨발’이라는 것은 개혁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맨발’의 반대가 무엇입니까? ‘신발’이지요. 데레사 성녀의 개혁에 반대하고 그냥 이대로 살겠다는 수도자들을 ‘신발의 가르멜회’, 혹은 ‘완화 가르멜회’라 부릅니다. 한국에는 그 회원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성녀 데레사가 수녀님이 되자마자 이런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수녀원에 들어온 후 20년 이상 오랜 세월동안 방황과 고뇌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고통스러웠던 세월의 흔적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는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나는 세속을 찾아 헤매고 다녔습니다. 세속적인 향락에 자신을 던질 때는 하느님께 빚진 것에 대한 기억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하느님 일에 종사하면 세속적인 성향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나는 하느님과 세속 사이에 어느 것도 포기하지 못하고 가운데 끼어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이 그렇게 뚜렷하게 들리는데도 나는 그 소리에 따를 힘이 없었습니다.”

 성녀께서도 저희들처럼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유혹과 갈등을 겪으며 힘겨운 세월을 보내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약한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성녀께서는 나이 40세에 이르러서야 강한 하느님 체험과 내적 회심의 체험을 깊게 하게 되고 그 힘으로 수도원을 개혁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은 어설프고 미약하지만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나아갔던 완덕의 길에 차츰 차츰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성녀의 도움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요한 4,5-15)에 나오는, 야곱의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도 예수님께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시도록 청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13-14)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시는 하느님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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